
50년 이상 업력의 중견 제약사 삼익제약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한 코스닥 시장 입성에 나선다. 삼익제약은 재무구조가 탄탄해 직상장을 통해도 되지만 상장 자체에 무게를 두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팩합병을 택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28호스팩은 삼익제약과 회사 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삼익제약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삼익제약과 하나28호스팩 합병비율은 1 대 0.2809383다. 주당 합병가액은 7119원으로, 예상 기업가치는 약 667억 원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9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이어 10월 21일 신주 상장할 계획이다.
삼익제약은 1973년 설립된 전통 제약사다. 종합감기약 '마파람'과 멀미약 '노보민시럽'·'소보민시럽', 유아영양제 '키디' 등이 주력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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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제약은 당초 직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통상 스팩 상장은 실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은 회사들이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삼익제약은 꾸준히 안정적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삼익제약은 지난해 매출 55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어 37억 원을 냈다. 앞서 기업공개(IPO)에 나선 명인제약과 마더스제약 등 역시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직상장에 나섰다.
하지만 삼익제약이 스팩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전략을 택한 건 당장의 자금 확보보다는 상장 자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스팩 상장은 증권사에서 미리 상장시킨 페이퍼컴퍼니인 스팩을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증시에 입성하는 방식으로, 직상장과 달리 수요예측을 포함한 공모 절차를 밟지 않아 상장 실패 가능성이 적다. 실제 공시를 통해 밝힌 삼익제약과 하나28호스팩과의 합병 목적 1순위는 '대외 신용도 개선을 통한 회사 이미지 제고 및 신뢰성 확보'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받기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팩은 주주와 상장 준비 기업 주주 간 기업가치 산정 및 합병 비율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된다. 일반 기업공개(IPO)보다 조달 가능 금액 등이 한정적이지만 밸류에이션을 사전에 확정해둘 수 있어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전략적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을 강조할 수 있는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실적이 나지 않는 기업들이 활용하는 방식이라 삼익제약엔 큰 메리트가 없었을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적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스팩합병 상장이 오히려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