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수입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통상 수입물가는 한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 초반대로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물가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20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20.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1%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수입물가는 올해 1월 5.3%에서 2월 3.8%로 잠시 내림세를 보였으나 3월(4.7%)과 4월(7.1%) 두 달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중에는 수산물 수입가격이 전년 대비 7.4% 뛰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농산물과 축산물 수입가격은 각각 5.8%, 9.5% 올랐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입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4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40.32(2020년=100)로 전월보다 1.9% 떨어졌다. 2월(-1.0%)과 3월(-0.4%)에 이어 석 달 연속 내림세다.
유독 농·축·수산물 수입물가만 상승한 건 국제 식량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8.3으로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 올해 2월 석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유지류와 설탕 가격은 하락했지만 곡물과 육류, 유제품이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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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다. 농·축·수산물 수입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들어 넉 달째 2%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수입물가는 통상 한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2% 초반대로 안정 흐름을 보이는 물가가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 수입물가가 오르는 것은 체감도가 높은 밥상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경우 수입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이 물가 상승 기폭제로 작용하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해 내수 회복을 더 지연시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