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거부당해야 할까요”…안내견의 뒷걸음질 이제 그만 [해시태그]

입력 2025-05-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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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허우령, 부산 광안리 횟집서 안내견 거부 당해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개는 사람들이 싫어한다니까!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하려던 이들이 식당의 거부에 돌아섰습니다. 이들과 함께한 안내견 때문이었는데요. 안내견 동반 거부, 2025년에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18일 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에 ‘모든 게 좋았던 부산, 다만… 이런 일이 더는 없길’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해당 유튜브는 KBS 앵커이자 시각장애인 유튜버인 허우령 씨가 운영하죠. 허 씨는 유튜브 PD와 안내견 ‘하얀이’와 부산을 찾았습니다.

광안리 바다뷰를 즐기며 식사하기 위해 이들은 근처 횟집으로 들어갔는데요. 이들을 본 식당 관계자는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 창고 옆자리로 안내했죠. 너무 아쉬웠던 허 씨는 식당 관계자에게 바다 쪽 자리로 옮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지만 “개가 있어서 안 돼요”라며 거절 당했죠. 다시 PD와 허 씨가 “안내견도 식당 출입이 가능한 것 아시죠?”라고 되묻자 “개는 사람들이 싫어한다니까!”라며 식당 측으로부터 재차 거부 당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포장을 택했죠.


(출처=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 캡처)


허 씨는 1월 경북 경주의 한 다이소에서도 같은 경험을 겪었는데요. 관광을 마치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들어갔을 때 입구에서부터 직원이 막아섰습니다. “안내견은 안 된다”, “물건이 많고 좁아서 위험하다”, “다른 손님도 불편해할 수 있다”며 출입을 거부했죠. 이후 논란이 커졌고 다이소 매장에는 ‘안내견 출입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는데요.

지난달 30일 대전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 A 씨는 보조견과 함께 대전 서구의 한 식당을 찾았는데요. 입구에서 보조견과 함께 들어선 A 씨에게 식당 측은 “시각장애인 안내견만 가능한데요”라며 출입을 막았죠. 이에 A 씨가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한 보조견 표시증을 제시했지만, 점주는 “이건 처음 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출동한 경찰마저도 “청각장애인 보조견이 어디 있냐, 거짓말 아니냐”고 대응해 A 씨는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었는데요.

‘장애인 보조견’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한정된 분야가 아닌데요. 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특수목적견으로 청각장애인을 돕는 청각장애인 보조견, 지체장애인을 돕는 지체장애인 보조견, 정신 또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돕는 치료도우미견도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 보조견의 출입을 막는 것은 단지 예의의 문제가 아닌데요. 법의 문제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는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 공공장소, 식품접객업소 등에 출입하려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죠. 지난달 23일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숙박시설·식당 등에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등의 출입을 거부할 수 없는데요. 의료기관의 무균실·수술실 등 감염관리가 필요한 경우, 집단급식소·식당의 조리장·보관시설 등 위생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출입을 거부할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큰 힘이 없는데요.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적기 때문이죠.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2022년 서울 송파구의 한 마트에서 발생한 안내견 거부 사건인데요. 이 매장은 퍼피워커와 함께 있던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했고, 결과적으로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2020년에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식당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요. 두 사건 모두 법적 조처가 이뤄졌지만, 이처럼 명확히 제재된 사례는 극히 드물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사회적 인식과 제도 모두 미흡합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법(ADA)으로 안내견을 포함한 서비스 동물의 공공장소 출입을 보장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첫 위반 시 5만 달러(약 7000만 원), 반복 위반 시 최대 10만 달러(약 1억40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요. 영국도 평등법으로, 호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캐나다는 주별 법률과 강력한 처벌이 이뤄집니다.

앞서 설명했던 대전 청각장애인 보조견 출입 거부 사건 직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청각장애인 보조견 출입 거부는 명백한 차별 행위이고, 공권력의 인권 감수성에 대한 무지가 오히려 차별과 편견을 방조했다”며 “대전시와 지자체는 지역 내 모든 음식점 및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장애인 보조견 출입 관련 법률 교육을 시행하고, 복지부도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보조견은 장애인의 눈과 귀, 신체와 같은데요. 그들을 문밖에 두고 들어가라는 건 장애인에게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식사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인식 개선은 아직도 이처럼 미흡한데요. 장애인에게 보조견이 갖는 의미와 장애인 보조견 출입 권리에 대해 더 많이 홍보하고 알릴 필요가 있는 거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또 명확한 지침과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합니다. “몰랐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차별에는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어야 하죠. 사례가 공개되고 기준이 정립될 때 현장의 태도도 비로소 바뀌게 되는 거죠. 인식 개선을 위한 공공캠페인도 함께해야 하는데요. 해당 캠페인에는 반복적인 교육도 포함됩니다.

그래도 안내견, 보조견과 관련된 언론보도와 사례들이 그래도 조금씩 인식을 바꾸고 있는데요. 서울시버스운성사업조합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죠. 서울시 740번 시내버스에서 성모병원 정류장에서 한 시각장애인 승객이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올랐는데요. 승객은 많았고, 빈자리는 없었지만, 버스기사가 한 승객분께 공손하게 자리 양보를 부탁했고, 승객도 흔쾌히 응했죠. 장애인 승객은 안내견과 함께 조심스레 앉았고, 버스기사는 “감사합니다”고 말한 뒤 출발했습니다.

그날, 버스는 약 50초간 정차했지만,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고, 안내견도 조용히 자리를 지켰는데요. 안내견의 동승 과정을 당연히 여겼던 버스 기사와 승객, 복잡한 내부에서도 양보와 배려가 오간 그야말로 따뜻한 순간이었죠. 잠깐의 정지 속에서 우리가 배운 건, 법보다 빠른 공감의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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