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테슬라도 年4조 수익…탄소배출권 노다지 일구는 SK이노베이션

입력 2025-05-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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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E&S TPD 해상풍력단지 가보니
베트남서 1GW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 구축
테슬라도 의존하는 탄소배출권…미래 핵심자산 선제적 확보
“2030년까지 파이프라인 2배 이상 키울 것”

▲13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하는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있는 한 터빈 기저부에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 (SK이노베이션 E&S)
▲13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하는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있는 한 터빈 기저부에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 (SK이노베이션 E&S)

“이곳의 터빈은 오로지 바람의 힘으로만 돌아갑니다. 연간 약 500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죠. 풍속, 수심, 해저지형까지, 이 지역은 해상풍력에 최적입니다.”

흰 안전모를 눌러쓴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호치민 대표사무소장은 13일(현지시간), 베트남 티엔장성 앞바다에 우뚝 솟은 풍력 터빈 아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뒤로는 높이 105m의 터빈 36기가 쉼 없이 회전하며 ‘쌕쌕’ 소리를 냈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곡창지대인 메콩 델타. 티엔장성 벤짜우 선착장에서 요트를 타고 시속 40~60㎞로 20여 분을 달렸다. 수상 공안의 검문을 통과하고 메콩강 하류와 바다가 맞닿는 지점에 도달하자, 바닷바람이 거세게 밀려들고 거대한 풍력 터빈들이 수면 위로 장관을 이루듯 나타났다. 지름 150m의 날개를 단 4.2㎿급 터빈들이 500m 간격으로 정렬돼 거대한 에너지 공장을 연상케 했다.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 중인 탄푸동(TPD) 해상풍력단지는 이 회사가 보유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자산 중 최대 규모다. 면적은 축구장 25개에 달하는 25만㎡. 티엔장 지역에서도 가장 큰 발전단지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해저 케이블을 따라 육상 변전소로 이동한 뒤 60㎸로 승압돼 외부로 공급된다.

TPD 단지의 연간 발전량은 443GWh. 이는 베트남 2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하루 평균 35MWh의 전기를 탄소 배출 없이 바람의 힘으로만 만들어낸다. 이 전력은 베트남 국영전력회사(EVN)와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맺고 판매되며, 연간 약 500억 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이처럼 베트남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2020년 남부 닌투언 지역에 131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투자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이 해상풍력 프로젝트(150MW)에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 중인 총 150MW 규모의 베트남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13일(현지시간) 터빈들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 중인 총 150MW 규모의 베트남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13일(현지시간) 터빈들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

왜 베트남일까. 베트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해안선 덕에 연평균 풍속 6~8m/s의 안정적인 바람을 확보할 수 있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모두에 최적 입지다. 정책적 지원도 강력하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4월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을 개정해,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최대 36%, 2050년까지 7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 E&S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탄소배출권 확보다. 글로벌 탄소시장 개설이 본격화되면, 배출권은 수익 수단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떠오른다.

기존 교토의정서 기반의 청정개발체제(CDM)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감축 사업에 투자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파리기후협정 이후로는 지속가능발전체제(SDM)로 전환되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2027년까지는 SDM 체계가 가동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기업들의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 선언과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도 이러한 흐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일례로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로 받은 탄소배출권을 내연기관차 제조사에 판매해, 지난해에만 27억6000만 달러(약 4조287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체 순이익(71억 달러)의 39%에 달하는 수치다.

SK이노베이션 E&S도 이에 발맞춰 TPD 프로젝트 계약 시, 향후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인정될 경우 발생하는 탄소배출권 전량을 15년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약 조항에 명시했다. 연간 예상 확보량은 약 26만t(톤)이다.

회사는 향후 동남아를 넘어 동유럽, 북미 등지로 무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1GW 규모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SK이노베이션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핵심축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는 “TPD 프로젝트는 수익성과 환경 기여, 탄소배출권 확보라는 삼박자를 갖춘 모범 사례”라며 “향후 베트남 내 다른 프로젝트도 SDM 체계가 확립되면 즉시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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