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밀폐공간도 로봇이 용접…숙련공 피로도 ‘뚝’ 생산성 ‘업’

입력 2025-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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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조선소 가보니
협동로봇 투입해 공정 1~2일 단축
곡블록 용접로봇 기술 개발 돌입
내업 공정 자동화율 70% 달성
“3년 내 10%대 외업을 50%로”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철판과 철판이 맞닿은 틈새마다 푸른 불꽃이 번쩍 일었다. 용접기가 달린 로봇팔이 움직이는 자리마다 금속을 녹이고 잇는 강렬한 광선이 지나갔다. 14일 찾은 전남 영암의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 여러 대의 협동로봇이 쉼 없이 움직이며 용접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숙련 용접공은 한 발 뒤에서 로봇이 남긴 용접선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선박 건조에서 블록과 블록을 연결하는 용접은 안정성과 내구성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수천 개의 구조물을 일관된 품질로 연결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숙련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위험하고 반복적인 고강도 작업이기도 하다. 용접공의 피로도가 높아질수록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HD현대삼호가 주목한 해법은 ‘협동로봇’이다. 작업자와 로봇이 함께 일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협동로봇을 도입해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자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는 가공부와 판넬조립부 등 평블록 공정에 주도적으로 협동로봇을 투입했다. 특히 최근엔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밀폐 블록 내부에 소형 협동로봇을 적용해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짧은 직선 라인, 협소한 공간에서도 로봇이 용접을 완수하면서 조립 공정 시간도 기존보다 1~2일 단축됐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 상무가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 상무가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다만 모든 영역에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 중인 협동로봇은 주로 수직·수평축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곡면이 많은 곡블록에서는 제약이 따른다.

HD현대삼호는 자동화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곡블록 용접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화혁신센터는 유니버설로봇, 뉴로메카 등 협동로봇 제작사와 협업해 전용 용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브리지(다리)’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숙련공과 연구개발 인력을 함께 투입해 실용적인 기술 구현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삼호는 내업 공정의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용접을 로봇이 담당하고, 작업자는 운영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반면 블록 조립 이후 외부 작업을 뜻하는 외업 공정은 자동화율이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블록 크기가 워낙 큰 데다 작업 환경이 복잡해 단순히 로봇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3년 안에 외업 자동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중장기적으로 조선소의 자동화 최종 모델은 용접뿐만 아니라 분배·배송·배열·취부 등 생산 프로세스를 적은 인력으로 최적의 생산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HD현대삼호 내업1 담당임원 상무가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용접 로봇 작업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서정훈 HD현대삼호 내업1 담당임원 상무가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용접 로봇 작업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HD현대삼호의 자동화 전략은 단순한 ‘인력 대체’가 아니라 ‘인력 재배치’를 통한 생산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 한 명의 작업자가 최대 6대의 협동로봇을 관리하는 체계다. 동일한 인력 구조에서 노동 강도는 줄이고 생산성은 높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정훈 내업1 담당 상무는 “조선업은 여전히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협동로봇 등 자동화 기술로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 진보만큼 현장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회사는 자동용접 전문팀을 구성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존 숙련 용접공과의 역할 차이를 줄이고 있다. 매달 ‘자동화율 향상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수동·자동 인력의 재배치, 설계 개선, 신규 장비 도입 등도 추진 중이다.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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