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다변화 등 분산 투자 전략 필요성 대두
이머징마켓 채권의 기회와 장벽
LS증권, 틈새시장 집중과 차별화

김종구 LS증권 글로벌FICC영업팀 상무는 지난 15일 이투데이와 만나 글로벌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에 불과한데, 국내 투자에만 집중하면 나머지 98%를 자연스럽게 등한시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상황이 다소 불안하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금리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 본지는 LS증권의 김 상무와 오충근 이사를 만나 대안 중 하나인 글로벌 채권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들었다.
오충근 이사는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 상황을 과도기적인 조정 국면으로 진단했다. 오 이사는 "전체 자산군에 걸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 자산이 오를 때 다른 자산군은 내려가는 패턴이었다면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이 조정받거나 상승하는 비정형적 조정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라며 "이런 현상은 트럼프 집권에 따른 지정학적, 재정적 불확실성을 시장이 소화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의 대중 통상정책 완화 기조와 함께 달러 및 미국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시장이 이미 1차 충격을 경험하면서 내성을 형성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향후 1년간 채권 시장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로 △달러화 안정성 여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고용 및 인플레이션 추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초래할 장기 금리 상방 압력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경기 둔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각국 중앙은행의 비대칭적 대응 또한 주요 고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한편, 세간의 우려처럼 '뉴노멀'이 도래하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오 이사는 "혹자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 환경에 도래했다고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금융시장은 매번 이런 변동성을 극복하고 정상으로 돌아왔다"라며 "시장은 이번에도 건전하게 불확실성을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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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와 오 이사는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글로벌 자산 배분은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각국의 경제 상황, 통화 정책, 정치적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글로벌 채권, 외국 주식, 금 등 다양한 자산군을 조합하면 한 국가나 자산군의 부진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상무는 98%의 투자 세계를 외면하는 것은 투자자로서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채권 투자는 단순히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금리(듀레이션; 가중평균만기) 리스크와 환율 리스크를 동시에 분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오 이사는 "포트폴리오에 달러화 외에도 유로화, 엔화, 호주 달러화 등 비달러 통화 기반의 채권을 포함시켜 통화 간 상쇄 효과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헤징(위험분산) 효과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이는 환차손 발생 시 전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채권 수익률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듀레이션 조정 및 신중한 섹터 배분 전략이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오충근 이사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서는 일반 개인도 해외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라며 “국내 투자자들도 원화 자산 편중을 완화하고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글로벌 채권 투자에 나설 때는 안전자산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핵심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에서 안전자산이라고 알려진 미국 국채 등이 꼭 안전 자산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때 미국 지역 은행들이 미국 국채에 투자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사례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듀레이션 리스크'와 '환율 리스크'를 채권 투자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채권은 금리 변동성뿐만 아니라 만기에 따라 가격 변동 리스크가 달라지며, 해외통화 표시 채권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성에도 주의해야 한다"라면서도 "두 가지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것은 두 가지 상승 잠재력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종구 상무는 높은 성장 잠재력과 고금리 매력을 지닌 글로벌 채권이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하이일드(고금리) 채권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신흥국) 채권 중에서는 브라질 달러표시 국채, 멕시코 Pemex 달러표시 채권 등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LS증권이 대형 증권사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채권 시장의 니치(niche) 마켓, 특히 브라질 달러표시 국채 등 이머징마켓 채권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투자적격(IG) 등급 채권을 셀다운(대량매각)하는 통상적인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실시간 중개 시스템을 활용해 틈새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면서 "특히 브라질 국채의 경우, 상대적으로 환리스크가 낮은 달러표시 브라질 국채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브라질 달러표시 국채는 6~8%대 수익률에 완전 비과세 구조라는 장점이 있다"라며 "LS증권만의 리서치 역량과 솔루션 제공 능력을 기반으로 실시간 중개 등 차별화된 시장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다만, "이머징 마켓 채권은 구조상 정보 비대칭, 낮은 유동성, 환율 변동성 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접근 장벽이 높은 자산"이라며 "앞서 언급한 '원화 표시 브라질 국채'가 여러 차례 투자자에게 아픈 기억을 안겨준 전적이 있어, 브라질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채권에도 심리적으로도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머징 마켓 채권 투자 시 투자 대상 국가의 신용도, 발행기관의 재무 건전성, 환리스크 노출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역량이 요구되며, 장외시장에서 비온라인으로 거래되는 특성상 거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며 "채권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는 100% 종합 과세가 돼 최고 세율 기준 49.5%의 세금을 내야 하므로, 개별 채권 투자를 활용해 쿠폰(이자) 과세만 부담하고, 환차익과 매매차익에서는 비과세 혜택을 얻는 방법을 추천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투자 또는 주문 중개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