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또 한 건 해냈습니다. 최근 공개한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에 심상찮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공개와 동시에 호평이 이어지더니, 이 시리즈로 바둑기사 이세돌의 과거 대국 영상까지 찾아본 시청자들까지 나오는 등 적지 않은 이들을 '입덕'시킨 모양샙니다.
이번 시즌은 '데블스 플랜'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여고추리반', '미스터리 수사단' 등 쉴 새 없이 신작을 선보이며 두뇌 서바이벌 장르 '개척자'로 불리는 정종연 PD의 신작으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받았죠.
기대 속 공개된 '데블스 플랜2'는 "기대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각양각색 매력을 지닌 다양한 참가자들, 세밀한 설정의 추리 플레이, 더 커진 세트를 자랑하는데요. '데블스 플랜2'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를 타고 해외에서도 초반부터 호성적을 보이고 있죠.
'데블스 플랜'처럼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추리 예능은 올해 잇따라 안방극장을 찾아올 예정입니다. 주목할 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자본을 업고 규모를 키운 채 글로벌 시청자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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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2'는 2023년 공개된 '데블스 플랜'의 두 번째 시즌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입니다.
시즌1은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위, 23개국 톱10 리스트 진입,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3위 등 한국을 넘어 글로벌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비판도 함께 받았는데요. '데스매치'가 없다는 게 대표적이었습니다.
통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1대 1 진검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는 데스매치 설정을 넣습니다. 반드시 누군가의 탈락이 결정된다는 긴장감, 생존에 대한 안도감, 탈락자의 좌절감과 복수심까지 다양한 서사를 마련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데블스 플랜'에서는 이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차마다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유튜버 궤도의 이른바 '공리주의' 전략으로도 불렸죠. 단순히 연합 일원이라는 이유로 살아남는 경우 이른바 무임승차 현상도 나타났고, 일각에서는 시리즈의 긴장감이 떨어져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이 맹점을 겨냥해 제작진은 시즌2에서 '데스룸'을 도입했습니다. 프로그램 부제이기도 한 데스룸은 '감옥동'과 이어진 공간인데요. 메인 매치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절반의 참가자가 감옥동으로 이동한 후 매일 밤 데스룸에서 한 명의 탈락자를 놓고 생존 게임을 벌입니다. 평화가 아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거죠.
이렇다 보니 참가자들도 더욱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즌1이 12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됐다면, 이번 시즌2는 2명이 늘어난 14명의 참가자가 출연하는데요. 이세돌을 포함해 배우 저스틴 H. 민,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 아나운서 강지영, 배우 윤소희, 가수 츄, 포커 플레이어 세븐하이, 미스코리아 진 출신 이승현, 서울대 출신 인플루언서 정현규, 카이스트 출신 모델 최현준, 성형외과 의사 김하린,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박상연, 변호사 손은유, 보드게임 마스터 티노 등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적응, 임하고 있죠.
특히 이세돌의 출연이 신의 한 수라는 호평이 나옵니다. 이세돌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사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을 진행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인데요. 당시 대국을 포함한 복합적인 이유로 2019년 바둑계에서 은퇴, 작가, 교수 등 다양한 직함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예능 출연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넷플릭스 예능, 그것도 두뇌 서바이벌에 뜬다니 자연스럽게 큰 관심이 쏠렸죠. 지난주 공개된 1~4회에서는 적극적이고 진심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로부터 '도파민 광인', '즐겜러' 등 애칭을 얻었습니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세돌은 "바둑 외적으로 승부욕을 느껴본 게 처음이었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게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졌는데, 또 지나고 나니 재밌고 제가 즐기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바둑보다 '데블스 플랜2'가 확실히 더 어렵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죠.
13일 5~9회가 공개됐는데요. 생활동과 감옥동 히든 스테이지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정현규가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에 도전하며 궁금증을 높인 가운데 히든 스테이지의 성공 여부와 함께 충격의 탈락자가 발생했던 감옥동 히든 스테이지의 두 번째 도전자가 등장했죠. 여기에 세 번째 메인매치가 진행되고, 잔혹한 감옥매치에서 살아 돌아온 감옥동 플레이어들과 생활동 플레이어들의 갈등이 격화되며 도파민이 치솟았습니다. 특히 이해관계에 따라 새 연합이 탄생하고 와해하는 예측 불허 플레이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충격의 탈락자가 발생해 눈길을 끌었죠.
이날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 따르면 5월 2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 2위도 '데블스 플랜2'가 차지했습니다. 1위에 오른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7'과 큰 차이 없는 화제성 점수를 보였는데요. 시즌1 대비 2배 이상의 화제성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화제성을 구성하는 네 가지 부문 중 VON(Voice of Netizen·네티즌 반응) 부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부문에서 1위를 했습니다. 이세돌은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6위에도 이름을 올렸죠.

넷플릭스는 '데블스 플랜2'에 이어 '크라임씬' 신작도 올해 선보입니다.
JTBC에서 티빙을 거쳐 넷플릭스에 둥지를 튼 '크라임씬' 시리즈는 용의자와 탐정이 된 플레이어들이 범인을 찾아내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입니다. 2014년 방송을 시작한 예능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연기력은 물론 추리 능력까지 요구하는 심리 게임의 성격이 강하죠. 세계 3개 TV 시상식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본상, 아시아 최대 TV 시상식 '아시안 텔레비전 어워즈' 최우수상, 북미 3대 영화 영상 시상식 '휴스턴 국제 영상 영화제' 금상 등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에 이어 올해는 '크라임씬 제로'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데요. 새 시즌에는 팬들이 염원하던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대거 복귀했습니다. 시즌1부터 함께한 터줏대감 박지윤과 시즌2에서 합류한 장진, 장동민에 지난 시즌에서 활약한 아이브 멤버 안유진, 새로운 출연자 김지훈까지 뭉치며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또 매회 스페셜 게스트가 추가되면서 재미를 더할 예정이죠.
2월 김지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크라임씬' 작가들은 진짜 천재들인 게 확실하다"며 "지금까지 '크라임씬'은 모두 '크라임씬 제로'를 위한 빌드업에 불과했다"는 글과 함께 촬영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해 주목받았는데요. '크라임씬' 전 시즌을 성공시킨 연출자 윤현준 PD는 "레전드 라인업의 귀환을 기대해 달라. 제작진의 혼을 갈아 넣은 에피소드로 전 세계 시청자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드높였죠.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티빙도 두뇌 서바이벌을 올해 공개합니다. '크라임씬'에 버금가는 팬덤을 거느린 '대탈출' 다섯 번째 시즌, '대탈출: 더 스토리'가 베일을 벗는데요. '대탈출'은 출연자들이 밀실에 갇혀 주어진 단서로 각종 문제를 풀어 탈출을 꾀하는 두뇌 버라이어티입니다. 흔히 아는 '방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죠.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퀄리티의 세트,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좀비나 귀신, 타임머신 등 색다른 소재, 반전 트릭으로 애청자가 적지 않습니다. 시즌제임에도 멤버 변동이 없었고, 각 출연자의 캐릭터도 확실한 데다가 관계도 끈끈했기에 재미있는 케미스트리가 많이 나왔죠. 공식 팬덤명(?) '대추'(대탈출 유니버스·DTCU)까지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최근 방영된 게 2017년 시즌4인 만큼 시즌5에 대한 염원이 이어졌는데요. 올해 상반기 티빙을 통해 '대탈출: 더 스토리'가 공개될 예정이죠.
다만 우려도 있습니다. 우선 정종연 PD가 CJ ENM을 퇴사하면서 제작진에 변화가 찾아왔고요. 기존 멤버 신동, 김종민, 피오가 아닌 백현, 고경표, 여진구가 합류합니다. 신동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하차에 대해 "연락도 안 왔다. (내가 빠지는 걸) 기사 보고 알았다. 내가 까였다"며 씁쓸한 심정을 밝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는데요. 멤버 교체와 함께 새롭게 변화할 '대탈출: 더 스토리'가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됩니다.
쿠팡플레이도 두뇌 서바이벌 대전에 참전합니다. 지난해 말 '대학전쟁' 시즌2 방송 당시 시즌3 제작을 일찌감치 확정했는데요. '대학전쟁'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상위 1%의 진짜 천재들이 오직 두뇌만을 활용해 맞붙는 순도 100% 리얼리티 두뇌 배틀 서바이벌입니다. 시즌2는 공개 첫 주 인기작 1위로 직행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올해 공개 예정인 시즌3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룰과 압도적인 지능의 참가자들로 돌아올 것을 예고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심리전, 탄탄한 세계관에 반전 서사까지 다양한 매력의 두뇌 서바이벌은 단순 예능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참가자들이 협동과 배신, 전략과 설득을 오가며 만드는 예측 불가한 전개는 시청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안기고, 고정 팬층까지 형성하죠.
여기에 최근엔 글로벌 OTT 플랫폼이 가세하며 판까지 커졌습니다. 막대한 제작비와 대형 세트, 세밀한 세계관 설계는 물론, 전 세계 시청자와의 접점을 고려한 출연진 구성과 제작팀, 번역 시스템까지 가동되고 있습니다.
실로 지난해 진행된 '데블스 플랜2' 세트 비짓 행사에서 정종연 PD는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그리고 '데블스 플랜'을 하며 PD·작가들과 게임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다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져 처음으로 게임 개발을 위한 팀을 꾸렸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한국 시청자가 훨씬 중요하다"라면서도 "게임 룰을 만들 때 해외 시청자가 이해하기 굉장히 쉽지 않을 것 같은 룰은 걸러낸다. ('데블스 플랜'의) '규칙 레이스'에서도 저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논쟁이 있었고 그걸 정리해서 찬양받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런 부분은 덜하게 해서 시청하시기에 불편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죠.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만큼 게임의 룰 설정에 더욱 공을 들인다는 겁니다.
OTT의 자본과 기술력이 결합하며 추리 서바이벌은 글로벌 무대까지 고려한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을 사로잡는 인기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죠. 현재 공개 중인 '데블스 플랜2'는 공개 이틀 만인 8일 쟁쟁한 K드라마를 제치고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1위에 올랐는데요. 9일에는 싱가포르, 홍콩에서도 1위에 올랐습니다. 5~9회는 이날 오후 4시 공개됐습니다. 20일엔 10~12회까지 공개되며 최종 우승자가 베일을 벗을 예정이죠. 머리로 대결하는 이 장르가 K예능의 확장을 이끄는 새로운 카드로도 맹활약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