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어대명株’에 이는 미묘한 변화들

입력 2025-05-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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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코스닥팀장

급등하던 정치 테마주 예전과 달라
공약 실현가능성 ‘회의적’ 시각늘어
유권자 설득에 구체적 설명 필요해

“돈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도 여론 조사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비슷하거나 일부 이기는 조사가 나왔지만 도박 사이트에서는 트럼프 우세를 꾸준히 예측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탈중앙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이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것 같다”며 이는 베팅 시장에는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박 베팅 사이트가 없는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에 정치 테마주가 있다. 정치테마주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투자가 아닌 도박이다. 정치테마는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에 나서 처벌하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불법 도박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정치테마를 매매하는 사람들도 도박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폴리마켓처럼 우리나라 주식시장 정치테마주들도 정확성이 상당히 높다. 최근에는 탄핵선고 직전 이재명 관련주들이 엄청난 상승을 했다.

5월 11일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6·3 대선을 위한 위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사법리스크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에 반사이익까지 얻은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과반을 넘기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는 더 굳어지는 형국이다. 주식시장에서 정치테마주도 ‘어대명’이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 운동 일정에 맞춰 수일 전부터 관련주들은 폭등했고, 정책 공약을 말할 때마다 관련주들은 급등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지난주 후반부터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 후보의 정책이나 발언에 따른 주식시장 반응이 예전과 같지 않더니 광화문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12일에도 그랬다. 이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 공약 중 1호 공약인 인공지능(AI)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에 관련주들은 급등하지 않았다.

왜일까. 첫째는 독주체제 속에서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공약을 이미 쏟아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공약에 대한 반응이 무뎌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공약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재명 후보가 그동안 쏟아낸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조달 이야기가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약 가운데 30%가 추가 재정 소요가 없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 공약대로라면 수십조 원에서 수백조 원이 들 텐데 추가 소요되는 재정에 대해선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하겠다고만 말한다. 경제 성장은 낮아지고 정부 세수도 줄고 있는데 세수 증가를 위해서 어디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건지, 그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정부 재정 가운데 어디를 줄여서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

AI 강국도 그렇다. 정부가 GPU를 일부러 안 사서 우리나라에 GPU가 없나. 사고 싶어도 주문이 밀려 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정부가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을 키운 사례가 있나.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주식시장에서 이재명 관련주의 반응이 점차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는 이제 22일이 남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동안 선거 사례에서 20여 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어대명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제 하나둘 늘어가는 의문을 제기하는 유권자들에게 구체적 설명이 필요한 시간이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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