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꿈 깨셨으면 집에 가세요”…경선 탈락 광역단체장 복귀에 지역 민심 ‘부글’ [이슈크래커]

입력 2025-05-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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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제21대 대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007년 12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압도적인 격차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흙수저 출신임에도 현대건설 평사원부터 사장까지 올라간 ‘샐러리맨의 신화’가 대권까지 잡아 용이 된 거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는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서사,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토 여론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서울시장을 하며 서울시 대중교통 시스템 개혁, 청계천 복원사업 등을 통해 행정 능력이 좋다는 이미지를 크게 각인시킨 것 역시 주요 요인이 됐습니다. 이 이미지로 대선 전 당내 경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겼죠. 당시 일각에서는 “드디어 풀뿌리 정치가 빛을 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가 나온 영향일까요. 이후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도전하는 것은 흔한 사례가 됐습니다. 대선 시즌만 되면 선거판에 기웃거리는 광역단체장들이 여럿 나타났어요. 그런데, 해당 지자체의 시민들은 이들의 도전에 마냥 손뼉만 쳐주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자체는 뒷전이었다가 경선 탈락 후 슬그머니 복귀하는 지자체장들이 계속 생겨나서입니다.

▲지난달 30일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열린 제135주년 노동절 기념행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지난달 30일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열린 제135주년 노동절 기념행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시민들 “지자체장 뽑아놨더니, 또 경선 나간다고?”

광역단체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비판받을 일은 아닙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등 여러 대통령이 주지사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속된 말로 ‘안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임에도 큰 고민 없이 대권에 도전하니 필요치 않은 행정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진행됐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대선 경선을 앞두고 전국 13명의 지자체장 중 8~10명이 경선 참여를 저울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중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 4명만이 실제 경선에 참여했고, 이들은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어요.

이들이 경선 참여를 위해 선거 운동을 하는 사이 지자체는 행정 공백에 고생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경기도 주민들이 가장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 도지사 이전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역시 임기 중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경기도는 3연속 행정 공백을 야기했기 때문이죠.

이에 일부 경기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경기도청이 정치인 대선 출마를 위한 대선준비청이냐”는 비아냥도 나왔어요. 경기도를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는데, 정작 경기도지사들은 용꿈만 꾼다는 겁니다.

경기도민의 분노가 가장 크겠지만, 다른 지자체 소속 주민들도 화가 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경우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하자 “대권 잡아 보겠다고 산불 피해 복구는 뒷전으로 내팽개치는 거냐”는 우려가 나왔죠. 그리고 경선엔 휴가를 써서 참석했어요. 산불피해 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도민들 입장에선 가슴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를 마치고 홍준표 후보가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김문수, 한동훈 후보가 3차 경선에 진출했으며 홍 후보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를 마치고 홍준표 후보가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김문수, 한동훈 후보가 3차 경선에 진출했으며 홍 후보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패배 리스크 없으니 묻지 마 경선 도전

이처럼 승산 없이 대권에 도전하는 지자체장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리스크 없는 경선 도전이 가능한 현 경선 구조가 지목받고 있어요. 현행 규정상 대선에 출마할 현직 광역단체장들은 대선 투표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됩니다. 그러니 그 전에 결론이 나는 경선에서 사퇴할 이유가 없고, 안되면 말고 식 경선 참여를 해도 막을 방법이 없어요. 이번에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출마 후 사퇴 선언을 한 것은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직을 유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직전이었던 지난달 15일 기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대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는 14.5%였어요. 2등이었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등인 이재명 당 대표는 47.8%로 조사된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래도 김 도지사는 당내 2등이 경선에 안 나가면 민주당 경선이 이재명 대선 후보 추대식이 되느니 나가야 했다고 어느 정도 변명이라도 가능해요. 진짜 문제는 국민의힘 경선이었습니다.

국민의힘 경선에 나선 3명의 지자체장 3명 중 홍준표 대구시장을 제외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여론조사기관들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도 채 안 나온 정치인입니다. 이 두 분은 모두의 예상처럼 경선 1라운드 컷오프를 당했어요. 사퇴를 먼저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더라도 경선에 참여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이철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이철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체급 키우기, 당 영향력 확대 노림수에 주민들만 피해

경선에 실제 참여한 4명의 지자체장은 물론 경선 전부터 8~10명의 지자체장이 양당의 경선 참여를 고민한다는 뉴스가 쏟아졌어요. 참여를 고사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외하면 이들이 참여를 고민한 것은 결국 이름을 알려 체급을 키우겠다는 심산입니다.

사퇴한 홍준표 시장을 제외하면 이철우 도지사와 유정복 시장, 김동연 도지사는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있어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름을 알려두는 것은 재선을 위해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또한, 경선에 참여하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대선주자’였다고 광고할 수도 있는 거니 정치적 체급 향상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경선 후 슬그머니 지자체로 복귀해 업무를 보고 있어요.

대권 도전이라는 단꿈에서 깨어난 김 도지사 역시 지난달 말 경선이 끝난 뒤 경기도에 복귀해 업무를 다시 시작했죠. 경선 중에도 도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경기도민들은 마냥 곱게만 보진 않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 주민인 A 씨는 “김동연까지 3연속이다. 이재명은 지지율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했다지만, 나머지 2명은 도대체 뭔가. 저러고 내년에 또 표 달라고 할 거 아니냐. 앞으로 임기 안 채우는 지자체장은 출마 자격을 박탈하면 좋겠다. 꿈에 취해있다 깨셨으면 도청 말고 집에 가서 쉬는 게 도리”라고 말했어요.

이처럼 정치인 개인으로서는 대권 도전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그 피해는 해당 지자체의 주민들이 봐야 해요. 산불 피해복구가 끝나지 않은 경북도민들은 물론 현안이 쌓여있는 지자체 주민들이 “할 거면 사퇴하고 해라”라는 불만을 언제까지 토로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차차기 대선인 22대 대선은 2030년 3월, 차차기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30년 6월에 열립니다. 22대 대선에는 묻지 마 경선 참여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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