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사들 중미 항로 운항 중단⋯글로벌 운임 7주째 1300대 그쳐
HMM, 2Q 영업익 42% 줄어들 듯⋯팬오션·대한해운도 10%대 감소

미중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서부 주요 항만의 물동량이 급감하고 국내 해운사들에도 ‘보릿고개’ 경고등이 켜졌다. 주요 선사들은 관세 부담으로 중미 노선 운항을 중단했으며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해운사들도 2분기부터 수익성 급랭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의 이달 첫 주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5월 LA항 입항 예정 선박의 약 25%가 물량 부족으로 취소됐고 롱비치항의 지난달 마지막 주 입항 선박수는 전주 대비 38% 줄었다. 시애틀 항만도 향후 수주 내 컨테이너선 하역량이 약 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리스크에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중-미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OOCL 바이올렛호는 지난달 2일 중국 대련 출항부터 롱비치항에 도착한 지난달 24일까지 발생한 관세만 4억1700만 달러(약 5836억 원)에 달했다. 이는 화물 적재 가치 5억6400만 달러(약 7893억 원)의 74% 수준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 대상 품목만 전체 화물의 40%에 이른다.
국내 해운사들은 관세 충격에도 1분기 실적을 선방했다. 현대글로비스는 1분기 영업이익 50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고 팬오션은 1133억 원으로 15% 늘었다. HMM도 1분기 영업이익이 5971억 원으로 4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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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분기부터는 실적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7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가 예상된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역시 13%, 14%씩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전쟁 여파로 해상 물동량과 운임이 동반 하락하며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일 기준 1345.17로 전주 대비 4.24%포인트(p) 상승했지만 지난해 평균(2506)을 크게 밑돌고 있다. SCFI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지난달 중순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292.75까지 하락한 뒤 7주 연속 1300대 박스권에 머무는 중이다.
업계는 이번 관세전쟁 여파가 단기 변동을 넘어 해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발 수출 감소 → 미국 항만 입항 축소 → 트럭운송·내수판매 위축 → 물류·운송업 전반의 수요 하락이라는 ‘부정적 연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컨테이너 선적 취소 사례가 발생하는 등 수요 둔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으며 중단기 컨테이너 시황 전망은 보수적 관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운업계는 노선 확장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HMM은 아시아~미주 노선 외에도 2월부터 인도~유럽 노선에서 새롭게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인도와 북유럽을 잇는 항로도 신규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해운 물동량 감소, 운임 구조의 재조정 등 큰 변화를 겪게 될 수 있다”면서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해운시장에 구조적인 부분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