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 협상 진전 여부에 주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튀르키예에서 직접 대화 제안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만남이 성사돼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둘이 대면하게 된다면 약 5년 5개월 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직접 대화를 하자”고 발표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15일에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직접 기다릴 것이다”면서 “이번에는 러시아가 핑계를 찾지 않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양측은 푸틴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맞아 명령한 휴전 기간 동안 서로가 공격을 계속했다고 비난해왔다.
갑작스러운 방향 대화 논의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폴란드 등 유럽 4개국 정상은 전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12일부터 30일간 육해공에서 모두 휴전하자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가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미국과 함께 에너지·금융 부문에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몇 시간 만에 푸틴의 제안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휴전 합의를 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대신 터키에서 목요일에 만나 이 유혈 사태를 끝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협상하길 원한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즉시 동의해야 한다”고 썼다. 또 트럼프는 푸틴의 제안에 대해 “이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잠재적으로 좋은 날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장 간의 만남이 성사돼 휴전의 물꼬가 트일지 이목이 쏠린다. 예정대로 15일 둘이 대면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또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독일·프랑스 정상과 함께 4자가 파리에서 회담을 한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푸틴의 제안이 진심일지 아니면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끄는 특유의 기만술인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4국이 무조건 휴전에 동의하기 전까지는 추가 협상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러시아는 직접 회담을 제안하며 무시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은 푸틴의 제안을 강하게 일축하며, 휴전이 먼저 이루어지기 전에는 새로운 회담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무기가 잠잠해지기 전에는 협상이 시작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의 역제안은 “불충분하다”라고 평가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세계는 여전히 러시아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대한 명확한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단 유럽 지도자들은 12일까지 휴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강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푸틴이 젤렌스키와의 직접 대화를 전격 제안한 것은 러시아가 12일 휴전 기한을 무시하는 것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도박이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의 세르게이 라드첸코 교수는 CNN에 “푸틴의 제안이 젤렌스키에게 터키에서 회담을 수용하라는 막대한 압력을 가했다”면서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그는 트럼프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트럼프는 ‘왜 내가 추진하는 평화 계획을 방해하는 거야? 왜 그냥 대화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할 테니까요”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