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백화점들 매주 일요일 정기휴점
일본ㆍ미국은 사회적 합의 없어 기준 제각각
전문가들 “일종의 휴식권 보장⋯엄격히 지켜야”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백화점들이 ‘가정의 달 대목’을 이유로 5월 정기휴점을 일방적으로 없애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통상 연말인 12월을 제외하고 매달 1회 정기휴점한다. 하지만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백화점 노조)에 따르면 다수의 백화점은 매년 5월이 되면 매출이 오르는 달이라는 이유로 정기휴점을 일방적으로 없애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기휴점일에 비밀리에 VIP 행사를 여는 곳도 적지 않다. 올해의 경우 △갤러리아 천안 △AK분당 △AK수원 △AK평택이 정기휴점을 취소했고 △롯데본점 △롯데월드타워 △갤러리아압구정 △롯데수원 △롯데동탄 △롯데인천은 정기휴점일에 VIP 행사를 연다.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백화점 노조의 한 관계자는 “개인휴무 때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 백화점 노동자가 67.1%에 달하는 만큼 정기휴점만이 온전히 쉬는 날”이라며 “하지만 백화점들은 관행적으로 5월만 되면 정기휴점을 없애고, 매출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가 처음부터 월 1회에 불과한 정기휴무를 시행했던 건 아니다. 과거에는 주 1회 정기휴점을 적용했지만 IMF 시기를 지나며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월 2회로 줄었고 그마저도 더 줄어 현재의 월 1회가 됐다. 이 때문에 월 1회 정기휴점이라도 보장해 온전한 휴식을 취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은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노동권이 강한 유럽국가 중에서도 독일은 지난해 6월 기준 베를린에 있는 ‘카데베’, ‘갤러리 라파예트’ 등 주요 백화점들이 매주 일요일 휴무를 운영한다. 북유럽 국가의 백화점들도 상당수 일요일 정기휴점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백화점들은 주 1회 휴무를 시행하진 않지만, 일요일 1시간가량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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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과 미국은 백화점 정기휴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일본의 경우, 연 휴업일이 30일에 달하는 점포도 많이 있지만, 도심 주요 백화점은 연중무휴 운영하기도 한다. 미국 역시 정기휴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준이 없어 업체마다 제각각 다르게 정기휴점을 적용한다.
노동 전문가들은 국내 백화점 노동자들의 정기휴점에 대한 욕구가 있는 만큼 기업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한다는 일종의 약속인 만큼 기업이 제맘대로 없애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비교적 노동권이 약한 미국도 백화점이 정기휴점을 하기로 하면 이는 규칙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지킨다”며 “정기휴점은 휴식권 보장인 만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달리 백화점 정기휴점은 법적인 의무가 없어 관행적으로 기업이 취소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유통 노동자들에게도 쉴 권리는 중요한 만큼 정기휴점일을 법과 제도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