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과 중재는 계약 절차상 대응…“국제 망신 아냐”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체코 원전 계약 지연에 대해 "전체 일정엔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 수주가 본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현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제동이 걸린 것과 관련해 "조만간 잘 끝나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사장은 "계약이 지연돼 국민께 희망을 드리지 못해 몹시 송구하다”라며 “체코 정부와 전력공사 모두 대응을 준비 중이며,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전 사업은 체코의 공익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일정에 약간의 지연이 있지만 체코 정부 내각회의에서 우리 계약에 대한 모든 것은 다 승인했기 때문에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 뉴스
계약 지연으로 달라지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라며 "계약이 체결되면 건설 사업소를 설치하고 우리 파견 인력도 지정해서 착오 없이 진행할 준비 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이 늦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준비했던 것이 지연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손해는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한수원이 프랑스 전력공사(EDF)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가진 것에 대해 “50년간의 원전 건설 경험과 공급망 활용 전략 덕분”이라며 “타 경쟁사들이 기간 지연과 예산 증가를 겪은 것과 달리 우리는 철저히 분석하고 공급망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코전력공사(CEZ)도 전날 브리핑에서 “한수원이 경쟁사보다 최대 10% 이상 저렴한 단가를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공기가 늘고 비용이 추가된 것과 관련해선 "공기나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발주사 요청에 따른 추가 작업 때문이지, 우리의 과실은 거의 없다”라며 “한국은 온타임·위드인버짓(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 완공)을 해낸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코에서의 수주가 지연된 상황에서도 한수원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지의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황 사장은 “해당 국가들의 시행사들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면서 “우리를 원하고 부지까지 확보된 시장에서 경쟁 대신 협력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본계약 체결 외 실무적 준비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이며,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황 사장은 “체코 내 산업 수준이 높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도 많고, 현지화 요구와 우리의 수요가 만나는 접점을 기술과 사업 관리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 지연에 따른 손실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산은 사업 결과가 나와야 가능하나, 전체 규모 대비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체코의 테믈린 2기 추가 수주 가능성의 경우 “우리가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결정은 향후 5년 내 체코 정부 판단에 달렸다”며 “성급히 단정 짓긴 어렵다”고 답했다.
국내 신규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해서는 “하반기 공모절차를 통해 연말까지 부지를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 8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했던 경험이 있어 인력 운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한전과 한수원 간의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황 사장은 “우리가 한전과 맺은 계약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으며, 분쟁 발생 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서 해결하기로 되어 있다”며 “국제중재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에서 일반적인 절차이며, 국제 망신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과의 협상이 결렬돼 중재 절차를 밟게 됐지만, 이는 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며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으며,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한전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5월 7일 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는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계약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했으므로 정당한 정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은 발주처인 UAE와의 정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