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부담 느꼈던 해외여행 수요에도 긍정적 영향
국제유가도 배럴당 50달러대로 내려오며 비용 절감
인도-파키스탄 군사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장기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항공업계가 모처럼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데다 인도-파키스탄 군사 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부상하며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9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3.4원 오른 1400.0원을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진전 기대감에 급락세를 보이며 7일엔 장중 6개 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간 높은 환율에 실적 악화를 겪어왔던 항공업계엔 숨통이 트이게 됐다. 환율은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1400원을 넘어선 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욱 급등해서 한때 15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비, 연료비 등 대부분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수익성이 악화한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 가치가 10원 내릴 때마다 약 350억 원의 외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항공기 리스 비중이 큰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엔 고환율에 따른 부담이 대형항공사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50원 하락하면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390억 원, 세전 이익 전망치는 3337억 원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행 수요 측면에서도 환율 하락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국제유가 역시 안정세를 보이며 항공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유류비는 항공사의 영업비용 중 3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하락은 곧 항공사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유가 하락에 따라 항공업계는 이달 유류할증료를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장거리 노선 항공권의 가격이 최대 2만 원가량 인하되는 등 항공비 부담도 줄어들며 여행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같은 겹호재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가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내 정치 혼란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키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과 국제유가 등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항공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무역 전쟁에 따른 무역량 감소와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