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여자' 떼고 새 출발…이름 '싹' 바꾸는 엔터 업계, 왜 지금일까? [엔터로그]

입력 2025-05-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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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여자)아이들? 이젠 아이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눈에 띄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명에서 몇 글자를 빼는가 하면, 회사 이름을 아예 바꾸는 움직임이 포착되는데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을 버리고(?) 변화를 채택하면서 파격적인 새 단장에 나선 겁니다.

사실 이는 단순한 새 단장을 넘어 정체성과 방향 자체를 다시 설정하려는 시도로 읽히는데요. "이제 진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야심찬 선언으로도 들리죠. 엔터테인먼트의 리브랜딩 전략입니다.

▲2일 아이들의 'G'와 작별하는 전시회에서 관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2일 아이들의 'G'와 작별하는 전시회에서 관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7주년 맞은 아이들, '(여자)' 떼고 재도약…장례식까지 콘셉트에 '진심'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빚은 건 그룹 아이들의 리브랜딩입니다.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1일 '(여자)아이들'이 '아이들'로 그룹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페이지를 펼친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멤버 미연, 민니, 소연, 우기, 슈화로 이뤄진 아이들은 2018년 5월 2일 데뷔 때부터 '(여자)아이들', '(G)I-DLE'이라는 그룹명을 사용해왔는데요. 7주년을 맞으면서 기존 이름에서 '여자', 그리고 'G'를 삭제했습니다. 그룹명 변경 소식은 중국 플랫폼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아이들의 국내외 영향력도 입증했죠.

파격적인 이름 변경이었지만, 사실 팬들에겐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공식 명칭은 '(여자)아이들'이었으나 멤버들도 인사나 그룹 소개를 할 때는 '아이들'을 외쳤고, '톰보이'(TOMBOY) 활동을 기점으로 뮤직비디오에서 그룹 이름의 'G'에 스프레이로 'X'를 그리는 등 '여자', 'G'를 지우려는 시도를 이어왔는데요. 이윽고 2일 자정 스페셜 미니 앨범과 미니 8집 프로모션 시작과 함께 모든 공식 채널의 그룹명을 '여자', 'G'를 뺀 '아이들', 또 'i-dle'로 변경하면서 새 도약을 선포했죠.

아이들은 이번 그룹명 변경으로 '여자', '젠더'(Gender) 혹은 그 어떤 성별로도 정의될 수 없는 그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했는데요. 동시에 다른 부분과 구별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붙이는 기호인 괄호 또한 없애며 더욱 한계 없는 음악과 콘셉트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로고와 심볼도 공개됐습니다. 소문자 'i, d, l, e'로 구성된 로고는 원의 형태를 지닌 점이 확장되며 점, 선, 면의 원리를 활용한 구조적 디자인으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유기적인 연결을 상징한다는데요. 특히 5개의 'i'가 모여 별 형태로 만들어지는 심볼은 각자 개성 넘치는 아이들 5인 멤버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통합된 아이들로서 거듭나는 것을 뜻한다는 설명입니다.

노재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기존의 이름에서 팀을 수식하거나 제한을 두는 언어적 장치를 덜어낸다. 이름에서 괄호, 또는 성별로 제한을 두지 않고, 표기적으로 대문자, 띄어쓰기의 오류를 최소화시켜 언어적·디자인적으로 본질에 집중한다"며 "단순히 성별이나 기호로 구분되는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익숙한 관습을 해체하고자 하는 아이들만의 태도를 담고 있다. 남은 본질은 개인으로서의 'i'와, 팀으로서의 'dle'이 공존하며 멤버 개개인의 고유성과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고 밝혔죠.

여기에 아이들은 7주년 전시회, 아니 'G의 장례식'(?)까지 열면서 콘셉트에 진심임을 드러냈는데요. G의 관 앞에 헌화하는 이벤트부터 관 모양의 포토부스까지 마련돼 팬들의 웃음과 호평을 자아냈습니다.

아이들의 리브랜딩은 멤버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다섯 멤버의 재계약은 가요계 초유의 관심사였는데요. 아이돌 그룹에 '마의 7년'이라고 불리는 재계약 시즌이 다가왔지만, 도장을 찍었다는 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적설에도 힘이 실렸고, 각종 추측이 항간에 떠돌았죠.

그러나 연말에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아이들 멤버 전원은 지난해 12월 '멜론뮤직어워드 2024'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는데요. 이때 리더 소연이 멤버 전원이 재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19일 새로운 이름이자 완전체로 발매하는 앨범명 '위 아'(We are)에도 다섯 멤버가 하나가 돼 더욱 단단한 팀으로 태어난다는 메시지를 담았는데요. 다섯 멤버의 끈끈한 관계, 향후 활동에 대한 의지가 그룹명과 이번 컴백에 녹아든 셈입니다.

▲(사진제공=블리츠웨이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블리츠웨이엔터테인먼트)

사명 바꾸고, 신규 IP 영입도…피규어 기업, 이렇게 커진다

그룹명만 바꾸는 게 아닙니다. 최근 사명을 바꾼 기업도 있는데요. 배우 주지훈, 천우희, 우도환 등이 소속된 블리츠웨이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츠웨이엔터)입니다.

블리츠웨이엔터는 3월 28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기존 블리츠웨이스튜디오에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회사는 사명 변경이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죠.

블리츠웨이엔터의 지난 행보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블리츠웨이엔터의 시발점은 피규어 기업입니다. 디즈니부터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활용한 피규어를 제작해왔는데요. 2021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국내 1호 피규어 회사가 됐습니다.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사업 영역도 확장했습니다.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한 데 이어 매니지먼트사와 합병하며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에도 손을 뻗었죠. 현재 블리츠웨이엔터는 피규어와 드라마 제작, 매니지먼트 부문으로 사업이 나뉘어 있습니다.

이번 사명 변경은 블리츠웨이엔터의 '콘텐츠 중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중국 내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등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소속 배우 및 자체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실로 회사는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 중인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제작과 매니지먼트, 글로벌 유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체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만큼 아티스트 영입에도 적극적입니다. 최근 두 달간 배우 문채원, 레드벨벳 예리(본명 김예림), 채서안 등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들을 비롯한 아티스트 IP와 콘텐츠 제작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배성웅 블리츠웨이엔터 이사회 의장은 "기존 피규어 사업은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병행되고, 아티스트 IP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죠.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엔트로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엔트로엔터테인먼트)

한한령 해제 기대감까지…글로벌 겨냥한 브랜드 정비 '한창'

이 밖에도 3월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아티스트컴퍼니로 사명을 공식 변경했고요. 트로트 전문 레이블 그레인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엔트로엔터테인먼트로 레이블 이름을 바꿨습니다.

모두 단순한 명칭 전환 이상의 행보입니다. 아티스트컴퍼니의 공식 사명 변경은 콘텐츠 제작·배급 역량 강화와 배우 IP 기반 커머스 사업 확대 등을 통해 기업 정체성과 사업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리브랜딩의 일환이었고요. 엔트로엔터테인먼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하는 'n'에 트로트(Trot)와 인트로(Intro)를 결합해 회사의 근간인 '트로트'를 더욱 강조하면서 K트로트의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죠.

즉, 이번 흐름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를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을 다시 설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각기 보유한 팬덤도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그룹과 기업은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브랜드를 새로 구축하며 또 한 번의 성장을 꾀하는 중이죠.

리브랜딩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판을 다시 짜는 방식이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특히 한한령 해제 기대감을 필두로 글로벌 콘텐츠 수요 확대는 이 도전에 확실한 동력을 더하고 있는데요. 업계는 한발 앞선 브랜드 정비로 새 장을 열 채비에 나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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