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락인 효과 극대화…연계 매출 공략
업계, 수익성 개선 긍정적 효과 의문

11번가 매각 작업이 1년 반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현수 신임 대표가 안정은 전 대표 후임으로 경영의 키를 쥐게 됐다. 박 대표는 대규모 할인전, 멤버십 혜택 강화로 고객 락인(Rock-In)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업계는 이 전략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1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박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1969년생인 박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박 대표는 2018년 11번가 경영관리실장으로 보임한 이후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장, 최고사업책임(CBO) 등을 역임했다.
11번가 이사회가 박 대표를 갑작스럽게 선임한 건 안정은 11번가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의사를 밝힌 탓이다. 당장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11번가 입장에서는 안 전 대표 후임으로 박 대표를 적임자로 봤다. 박 대표는 재무통으로 11번가의 수익성 중심 경영을 주도한 인물이다.
11번가 수장에 오른 박 대표는 대규모 할인전 전개, 멤버십 혜택 강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꺼내들었다. 기존 11번가 충성 고객에게 혜택을 강화, 락인 효과를 거두고 대규모 할인전으로 신규 고객까지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락인 효과는 고객이 상품, 서비스 등을 이용한 뒤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이전을 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11번가는 최근 무료 멤버십 이름(패밀리플러스)을 11번가플러스로 바꿨다. 이와 함께 생활필수품 5% 추가 적립, 뷰티 브랜드 최대 25% 할인쿠폰 발급, 학생 전용 디지털 상품 특가 혜택 등 혜택을 강화했다. 무료 멤버십 고객의 재구매율 등이 높자 혜택을 강화해 고객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11번가는 5월 들어 대규모 할인전 ‘그랜드십일절’을 열고 총 820만 개의 상품을 특가에 선보였다. 11번가가 그랜드십일절을 상반기에 진행하는 건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11번가는 매년 11월 그랜드십일절을 진행해왔다.
11번가는 대규모 할인전 전개, 멤버십 혜택 강화로 기존 고객의 충성도와 신규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업계는 이 전략이 11번가의 수익성을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할인 혜택 강화는 당장 매출액을 끌어올릴 수 있어도 마진을 깎는 전략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현재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11번가에 따르면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5% 줄어든 5618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7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대비 504억 원 적자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1년 반째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실적과 연관이 깊다. 작년 초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11번가를 시장에 내놨다. 매각 희망가를 시장추정가의 절반 수준인 5000~6000억 원 수준으로 낮췄지만 현재까지 매각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작년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서 시장에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할인폭을 키워 고객을 유입시키고 이들의 연계 매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