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여러 소요 사태 여파로 하야한 직후 벌어진 선거에서 모든 사람들은 드골 대통령을 반대한 측에서 정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당 3차 경선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68혁명 여파로 1969년 하야한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 다음 대통령은 그의 후계자인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국민들은 계엄 과정에서 보인 우리의 잘못을 질타하겠지만,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경선을 시작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까지 출마하며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퐁피두 전 대통령처럼 하야하거나 탄핵당한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바로 재집권한 사례는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 세계적으로 하야하거나 탄핵당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탄핵이 정당 이미지에 타격을 주면서 대중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공화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처해 1974년 스스로 물러나자,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승리하며 정권이 교체됐다. 이때 닉슨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제럴드 포드 전 부통령(공화당)은 패배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노동자당)은 회계 조작과 재정운용 위반으로 탄핵되자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탄핵된 이후 바로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 소속의 자유한국당은 이후 열린 재·보궐선거, 총선 등에서 잇달아 패배하게 된다.
다만 재집권에 성공한 특이한 사례를 꼽자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다. 노동자당 소속의 룰라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 당선돼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후 부패 혐의로 수감됐지만, 2021년 대법원이 모든 혐의에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2022년 대선에 출마, 재집권하게 된다. 이때 정권은 극우정당 소속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있었다.

룰라 대통령의 경우 부패 혐의를 벗었기 때문에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현재 윤 전 대통령은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남아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패배를 옹호하는 세력은 지지해 줄 수가 없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3분의 1 이상은 계엄 하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퐁피두 전 대통령은 어떻게 집권에 성공했을까. “질서를 회복하고 자유를 보장하겠다”라는 68혁명 이후의 혼란 수습, “경제는 자신 있다”라는 총리 시절 경제정책 경험 강조, “프랑스를 변화시키되 안정 속에서”라는 급진 개혁이 아닌 점진적 변화에 대한 약속들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1969년 6월 15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58.2%라는 득표율로 당선을 거머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