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여러 중진 의원들도 일상적 대화가 실종된 현실에 동의하면서도 상황의 불가피성을 피력한다. 상대당 의원과 대화를 하려다가도 상대를 적으로 규정해 생명의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자신을 놓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이내 말 걸기를 그만 둔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연설에서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 측은 비상계엄으로 분열된 사회를 이어 붙이기 위한 방안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보복의 고리를 끊겠다”고 밝혔던 이재명 후보는 본격 대선 체제에 돌입하는 첫 막에서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계파와 이념을 초월한 용광로 인사 영입과 김경수 경선 후보 등 당내 경쟁자와의 화합을 강조하는 등 내부 통합과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대선을 단순한 정당 간 대결이 아닌 '미래와 과거', '희망과 절망'의 대결로 규정하는 등 상대를 규정하는 언어를 사용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 국면을 헤쳐나오는 과정에서 동원됐던 상대를 향한 분노의 언어가 국회를 덮으면서 규탄과 조롱으로 전락한 대화가 공적 영역에서 합리적 논의로 이어지기 어려워 졌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정당한 반대마저 '내란세력' 또는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는 풍토가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상임위 위원장과 멤버가 바뀌면 대화와 타협의 실마리가 풀릴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하반기 새 상임위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 희망이 보이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다만 감정의 골이 깊어진 국회에서 단순한 인적 구성 변화만으로 대화와 타협이 회복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법을 한 정당이 만들면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은 그 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정치학자는 기자에게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 상대편이 절차적으로 동의해야만 법의 정당성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작동하는 복수 정당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설명이다. 대선 과정에서 상대를 규정하는 부정적 수사 대신 포용의 언어가 많이 나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