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이용자들의 유심(USIM) 교체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유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인정보 보호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SKT는 유심 무상 교체를 지원하는 한편, 물리적 교체를 대체할 수 있는 '유심 포맷'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29일 SKT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약 28만 명이 유심을 교체했다. 이는 전체 가입자 2500만 명 중 약 1% 수준이다. 유심 교체를 예약한 이용자 수는 432만 명으로 집계됐다. SKT는 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를 무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건수는 누적 950만 건에 달했다. 이동통신(MNO) 919만 건, 알뜰폰(MVNO) 37만 건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유심 정보를 탈취하거나 복제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SKT는 서비스 가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예약 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고, 하루 처리 용량을 50%가량 늘렸다.
SKT는 '유심 포맷' 방식도 개발 중이다. 유심 정보를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변경해,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심포맷도 매장을 방문해 관련 시스템을 연결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SKT 측은 "기존 물리적인 교체 대비 애플리케이션(앱) 재설정 및 데이터 백업 등이 수반되는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교체 소요시간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5월 중순까지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편 사고 이후 SKT 가입자 이탈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하루 동안 3만4132명이 타 이동통신사나 알뜰폰(MVNO)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SKT 신규 가입자는 8729명에 그쳐 하루 순감 인원은 2만5403명으로 집계됐다. 평상시 하루 100~200명 수준에 그쳤던 순감 인원이 약 200배 급증한 것이다.
이탈한 가입자 중 60%는 KT, 나머지는 LG유플러스로 옮겨갔다. KT의 신규 가입자는 2만1343명, LG유플러스에 새로 가입한 가입자는 1만4753명이다.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까지 고려하면 이탈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이번 사고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SKT는 약 2500만 명(S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포함)의 가입자를 보유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약 1500만 명, 1000만 명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입자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SKT의 점유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T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회사 측은 "유심 재고 부족, 로밍 이용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네트워크인프라센터, MNO사업부, AT·DT센터 등의 개발역량을 총동원해 해결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5월 안으로 시스템 개발을 통해 두 문제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