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포르투갈의 ‘효자나무’

입력 2025-04-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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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와인은 따는 재미가 있다. 와인 스크루를 코르크에 찌르고 손잡이를 돌려 마개를 끌어올리는 순간. 코르크가 와인병과 분리될 때 ‘퐁’하고 소리가 나면 작은 손맛이 느껴진다. 그렇게 빼낸 코르크 마개를 모아 큰 유리병에 넣어두면 와이너리마다 마개 표면에 그려놓은 문양이 서로 달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코르크나무 껍질을 가공한 코르크는 가볍고 탄력·내구성이 뛰어나 이미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병마개로 사용됐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코르크나무는 포르투갈 전역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의 지중해 연안 그리고 북아프리카 일부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코르크나무는 포르투갈 삼림 면적의 22%(약 73만ha)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세계적으로 코르크는 연간 20만t이 생산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포르투갈산이다.

포르투갈에서 껍질을 벗겨낸 자리에 스프레이로 숫자를 적어 놓은 나무가 보인다면 그게 바로 코르크나무다.<사진>

숫자는 껍질을 벗겨낸 연도를 표시한 것. 코르크나무에서 껍질을 수확하려면 최소 25년이 지나야 한다. 첫 번째 껍질 수확을 ‘데스보이아(desboia)’라고 하고 그 뒤로 9년마다 껍질을 벗겨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수확한 껍질은 조직이 단단하고 불규칙해 주로 단열, 방음, 바닥재 등 건축자재에 쓰인다.

우리가 흔히 보는 코르크 마개는 세 번째 이후 수확된 껍질로 ‘아마디아(amadia)’라고 하는데 조직이 규칙적이고 표면이 매끈해 병마개를 만들기에 이상적이다. 따져보면 와인병에 있는 코르크 마개는 적어도 수령 43년이 넘는 나무의 껍질로 만든 것이다.

코르크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벗겨진 부분에 두툼하게 껍질이 다시 차오르며, 매번 껍질을 추출할 때마다 질감이 부드러워져 고품질의 코르크를 수확할 수 있다. 나무의 평균 수명은 약 200년으로 한 그루에서 15~17번 정도 껍질을 벗긴다. 나무는 평생 100~200㎏의 코르크를 생산하는데 마개당 무게가 대략 4g인 걸 감안하면 2만5000~5만 개의 코르크 마개를 만들어 낸다.

수확한 코르크는 6개월간 건조시킨 후 물에 넣고 끓인다. 이 과정에서 코르크 세포에 포함된 가스가 팽창해 구조가 더 규칙적으로 바뀌고 탄력이 증가한다. 다시 건조시키며 평평하게 만들고 마개용으로 적합한 코르크판을 선별, 원형드릴로 성형해 제품을 완성한다.

지난해 포르투갈의 코르크 수출액은 11억4800만 유로. 포르투갈 의회는 2011년 코르크나무를 ‘국수(國樹)’로 지정했다.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효자나무’인 만큼 포르투갈에서 무단으로 코르크나무를 베면 최대 15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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