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ㆍ日로 전환, 대체 투자처 고민 ↑
매수 기회로 보고 투자 확대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이자 부유층들까지 동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지난주 내내 투자 전화 문의 폭주에 시달렸다. PB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2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발발 당시와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다양한 관세와 시장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을 짜고 싶어했다고 알렸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파트너스캐피털의 리치 스카린치 북미 지역 총괄은 “고객들은 ‘미국 예외주의는 끝난 것인가’라는 문의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미국 주식, 특히 대형 상장기업의 성장주들은 전 세계 투자자에게 우수한 수익을 제공해왔다. 이는 유럽 경제가 부진하고 중국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더욱 돋보였다. 트럼프 2기 이런 미국시장 전성시대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부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트너스캐피털은 최소 1억 달러(약 14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 가문에 투자 조언을 제공한다.
스카린치 총괄은 “만약 세계화가 둔화되고 인재를 유치하는 장벽이 높아진다면 미국의 지배력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세계 질서에 의문이 고조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대체 투자물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초고액 자산가들과 그 가족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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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이 2억5000만 달러 이상인 가족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JP모건프라이빗뱅크의 글로벌 투자기회팀 책임자인 모니카 디첸소는 “일부 부유한 가족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유럽ㆍ일본ㆍ외환시장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방안을 문의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제 미국은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투자처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 사례도 있다. 로드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 부자는 WSJ에 “트럼프 관세로 피해가 집중될 스포츠 의류업체 나이키 등 15개 종목과 북미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쉐어즈 상장지수펀드(ETF) 등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10%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미국 경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있었지만, 지금은 내 포트폴리오가 한 사람(트럼프)의 손에 달려있는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반면 베팅을 늘리는 고액 투자자도 있다. 시장의 혼란이 곧 매수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은퇴한 피자헛 가맹점주이자 최근 몇 년간 전용기와 별장 몇 채를 매각한 86세의 켄 웨그넌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 명단을 발표한 다음날 주식시장이 폭락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중개인에게 전화해 수십년간 보유해온 미국 기업들의 보유량을 늘려달라고 주문을 넣었다. 그는 “주식시장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식시장에 일어난 일은, 그냥 좋은 매수 기회가 온 거예요”라고 말했다.
UBS도 자산가 고객들에게 계속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1945년 이후 S&P500지수가 최고점 대비 20% 하락한 12번의 사례 중, 그 후 5년간 지수는 100%의 확률로 상승했고, 평균 수익률은 거의 53%에 달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