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건보 진료비 지출 2009년比 28%↑
건강해진 65~74세…의료서비스 이용 감소
지출증가 주요인 '가격'…"과잉진료 통제 필요"

최근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정부 지출을 상회하는 등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과잉진료 가능성이 있는 '행위별 수가제' 보완 등 고강도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1일 이러한 내용의 KDI FOCUS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권 위원에 따르면 전체 보건의료 재화·서비스 지출액을 나타내는 경상의료비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9%에서 2022년 9.4%로 증가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2%)을 넘어서는 등 국내 의료비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건보 재정지출도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중앙정부 재정지출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건보 재정지출 통제 장치는 부재하다는 것이 권 위원의 지적이다. 과거 건보 재정위기 시 국고 지원, 재정수입 확충으로 대응했지만 저성장·고령화 등으로 재원 마련 여건이 악화되면서 건보 수입 확충 등을 통한 재정관리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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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건보 진료비 지출은 인구구조와 의료서비스 이용량 및 가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분석 기준연도는 2009년, 각 연도의 인구구조가 같다는 전제로 건보 진료비 지출을 산출했다. 분석 기간은 2019년까지로 한정했다. 코로나19 기간 발생한 이례적인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를 제외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2019년 인구 1인당 건보 진료비 지출은 2009년 대비 28.0% 증가했고, 이 중 건보 진료비 지출 증가에 가격 요인이 가장 많은 76.7%의 영향을 미쳤다. 수량 요인 14.6%, 인구 요인 8.6% 순이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요인보다도 가격 요인에 대한 점검이 효율적인 건보 지출 관리를 위해 우선 고려돼야 하는 셈이다.

권 위원 분석에 따르면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이 2019년 건보 진료비 지출 증가에 38.7% 기여(입원서비스 19.5%)해 가장 주요한 영향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 대비 상급종합병원 외래서비스 증가율은 32.2%로 입원서비스(16.0%)를 2배 웃돌았다. 권 위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2009년~2019년 수가 증가율은 28.4%인 반면 동일 기관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인상률은 18.1%로 수가 상승이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 영향 확대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 영향력 확대가 고비용 입원서비스를 대체한 결과라면 건보 지출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입원·외래서비스 모두 수량 요인 영향력이 모두 하락하고 있어 두 서비스가 대체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격 요인과 달리 수량 요인의 건보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는 2012년부터 하락 중이다.
2017년 이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건보 진료비 지출도 가격 요인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권 위원은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인구 요인은 가격·수량 요인에 비해 건보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전기 고령자로 분류되는 65~74세 고령층이 '건강한 고령화' 영향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5~69세 인구의 건보 진료비 지출 요인 분해 결과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이용량 감소로 인해 수량 요인은 건보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마이너스 기여가 2012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70~74세 인구에서도 2017년 이후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가 확인된다. 다만 85세 이상 인구에서는 수량 요인 기여도 하락이 뚜렷하지 않은데, 이는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의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건보 재정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요인은 가격이며, 외래서비스와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기여도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 혹은 진료 강도의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권 위원의 분석이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과잉 진료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지만,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이미 설정된 가격을 책정·지급하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권 위원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의 가격 요인이 건보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 기여 요인이라는 사실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제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병원 종류별 분업을 의미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충분히 확립되지 않아 의원급 의료기관이 1차의료 역할보다 상급의료기관과 경쟁하면서 과잉진료 제공 유인이 확대되는 실정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경증 및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관리를 담당하는 1차의료 '주치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의료행위 단위의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환자에 대한 지속관리·예방 등 관련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어려워 1차의료 기능 수행 유인을 제공하기 지적이다.
권 위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예방 및 관리의 포괄적 기능에 대한 보상과 지속적 환자 관리에 따른 성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묶음 지불제도 및 성과기반 보상제도를 활용해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