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100명 참가…16개월 아기부터 77세 최고령 도전자 등 참여
경쟁부문, 안봉준 2회 연속 우승·50대 김현자 여자 신기록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2025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Sky run)’ 현장. 타워 주변엔 온통 민트색 티셔츠와 운동복 차림의 이들로 북적였다. 555m 국내 최고 높이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에 오르기 위해 몰려든 것. 저마다 출발 전 몸을 풀기 위해 체조를 하거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용 테이프를 붙이는 등 마라톤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번이 7회차인 스카이런은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꼭대기인 123층까지 총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다. 123층으로 2917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이색 스포츠로 유명세를 타 지난해까지 약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경쟁과 비경쟁 부문을 합쳐 2100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성인 보호자 1명과 어린이 1명이 한 팀을 이뤄 뛰는 ‘키즈 스카이런’도 함께 진행됐는데, 올해 총 50팀이 참가했다.
이날 마라톤 경험이 전무한 기자도 스카이런 경쟁 부문에 참가해 레이스 대열에 합류했다. 무릎 보호용 테이핑과 러닝화를 착용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출발 신호에 나오자, 대회 1등을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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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12층쯤 오르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20층대에 다다르니 스태프들의 힘찬 응원 소리마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층 벽면엔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올라왔어요’, ‘역경을 헤치고 2917 계단을 향하여’ 같은 응원의 문구도 붙어 있었지만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 마라톤 중엔 다른 참가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는 모습도 보였다. ‘쉬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던 참가자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완주를 향해 다시 달렸다. 일정 구간 마다 마련된 피난안전구역에서 생명수 같은 이온음료를 마시며 도전을 이어갔다.
어느덧 100층. 이마 위에서 흐르는 물은 눈물인지 땀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결국 사족 보행까지 동원해 수직 레이스를 마쳤다. 결과는 ‘41분 33초’. 당초 예상했던 1시간보다 약 19분 단축한 기록이다. 피시니 라인에서 만난 조예원(28) 씨는 “스카이런은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며 “중간 위기가 찾아왔지만, 함께 온 남자친구와 함께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경쟁 부문에서는 남녀 모두 깜짝 신기록을 세워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샀다. 남자 부문에서는 작년 우승자인 안봉준 씨가 1분 단축한 18분 32초의 기록을 세워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 부문에선 53세 김현자 씨가 21분 08초로 전년도 우승자인 김보배씨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안 씨는 “올해는 꼭 18분대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목표를 달성해 기쁘다“며 “내년에도 참가해 17분대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도 “완주만 하자는 생각으로 참가했다”면서 “1등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에는 부모 품에 안겨 참가한 16개월 아기부터 77세 최고령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수십 명의 소방관들이 산소통 등 소방 장비를 모두 착용한 채 참여하거나, 10명의 해양 경찰들도 구조 용품을 들고 마라톤을 뛰었다.
16개월 자녀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아빠 장임태 씨와 엄마 손서경 씨는 “평소에 아이와 함께 등산을 자주 다니며 준비를 해왔다”면서 “내년에도 함께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쟁 부문 남녀 1위부터 3위까지의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각각 롯데상품권 123만 원,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2인 식사권, 30만 원 상당 스파이더 제품 등이 주어졌다. 완주한 참가자들에게는 메달과 디지털 완주기록증, 음료, 간식 등으로 구성된 완주 키트를 지급했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재활센터 운영 기금으로 기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