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양과 질 모두 부족...20조 원대 안팎으로 확대 필요"
"산불 등 시급한 것 중심으로 규모 좁혀서라도 국회 통과돼야"

정부가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영남권 산불 복구의 시급성과 민생 안정, 통상 대응 등을 고려해 애초 계획보다 2조 원가량 증액했다. 정부의 추경안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내수 진작 등에 관한 내용을 더 담아 추경 규모를 20조 원 내외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산불 복구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 대응 등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을 중심으로 추경안을 좀 더 촘촘하게 짰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산불 대응 및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등을 위한 '2025년 제1회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경 예산안은 총 12조2000억 원 규모로 재해·재난대응 3조2000억 원, 통상 리스크 대응 및 AI 경쟁력 제고 4조4000억 원, 민생 지원 4조3000억 원, 국채 이자, 주요행사 개최 등 기타 2000억 원으로 구성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안은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며 최소 20조 원 안팎의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규모가 너무 작다. 이 정도(12조2000억 원)는 올해 1월에 했으면 적당했을 규모"라며 "이번에는 15조 원 규모의 추경이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기가 많이 꺼져있고 (한국은행 전망대로라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12조 원대 추경안을 내놓는 건 너무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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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12조 원대 추경 규모로는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GDP 1%라고 하면 25조 원 정도는 추경해야 (한국 경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며 "12조 원대 추경은 GDP의 0.5% 정도 하는 것인데 현재의 경기 부진 상황을 생각해보면 산불 복구에 대응하는 정도에 불과해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필수 추경'답게 AI 지원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제외하고 산불 피해 복구 비용, 통상 정책 대응 등 촌각을 다투는 부분을 중심으로 추경이 편성됐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외평채 발행, AI 지원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게 좋다"며 "이런 부분은 이번 추경안에서 빼더라도 산불 대응, 통상 이슈 등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을 좁혀서라도 추경안이 국회를 빠르게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안에 담긴 내용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헬기 구매 등 산불 피해에 직접 대응하는 것 말고는 현재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민생대책을 보면 대부분 수출 기업을 지원하고, 수출이 늘어나면 경기가 회복된다는 기조였다"며 "이번 추경안도 그 연장선에서 당장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나 건설업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어려움을 풀기 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특히 민생 지원 대책 중 하나인 상생페이백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사업자에게 사용한 카드소비 증가액의 20%를 최대 30만 원까지 환급하는 내용을 이번 추경안에 담았다. 정부는 추가 소비 환급 효과가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환급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우 교수는 "상생페이백을 언제 주겠다는 내용도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상황 파악하는 게 안일한 것 같다"며 "선지급금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경안에 담은 내용의 가짓수가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며 "집중해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주요 항목과 무관한 내용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경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6월 조기 대선 이후 2차 추경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강 교수는 "6월이 되면 새로운 예산이 확정되는 시점"이라며 "새 정부 들어서 충분히 예산을 심의하고 사업성을 검토해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고, 경기 진작의 필요성 등을 살펴서 하반기에 2차 추경을 해도 무리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올해 대선을 전후로 해 기본적으로 두 차례 추경한다고 가정하면 총 40조 원 규모가 적정하다"며 "대선 이후에는 25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