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10대 품목 최저가…21개 특화존 갖춰
롯데마트 천호점과 차로 10여분 거리…콘셉트 겹쳐 경쟁 불가피

이마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그로서리 특화 매장 ‘이마트 푸드마켓’이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상륙했다. 푸드마켓은 이마트가 그로서리 상품 개발·기획 노하우를 집약한 미래형 리테일 매장이다. 대구 수성점에 첫 푸드마켓 모델을 도입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17일 오전 9시 30분, 개장 30분 전임에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 강동아이파크더리버 지하 1층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푸드마켓 고덕점) 입구는 인산인해였다. 이마트는 안전 등을 이유로 9시55분 오픈을 선언했고, 그 순간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매장으로 빨려 들어가듯 입장했다.
푸드마켓 고덕점은 4925㎡(1490평) 규모로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상품(델리)에 특화된 점포다. 1만3000개의 그로서리 상품을 임대매장(테넌트)을 제외한 직영 면적의 약 95%(3471㎡)에 채웠다. 매장 초입에선 수입 과일과 유러피안 채소를 모은 '글로벌 가든'과 컵과일과 스틱채소를 진열한 '프레쉬 스낵존'을 만날 수 있다. 신선식품 코너를 지나 축산·수산 코너로 가면 이마트 최초로 프리미엄 국산 흑돼지 3종을 모두 판매하는 'K-흑돼지존'이 있다. 이처럼 각종 전문 상품을 모은 특화존이 21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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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고객들은 축산 코너에 몰려들었다. 국내산 삼겹살·목살(냉장)을 100g당 1980원 특가로 내놨기 때문. 푸드마켓 고덕점은 삼겹살, 양파, 오징어 등 신선식품 대표 10대 품목을 선정해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 엄은희(60) 씨는 “개장 첫 날이 가장 저렴하다고 생각해 오픈 런을 했다”면서 “냉장·냉동삼겹살 총 4팩을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말했다.
즉석조리식품(델리) 코너에는 고덕점에서만 있는 '테이스티 픽'(Tasty Pick)존이 마련됐다. 초밥과 샐러드, 강정과 볶음밥, 구이류와 볶음밥 세트 등을 1만 원 이하로 선보인다. 인근 고덕·강일지구 등 신도시와 오피스 복합상권이 있어 20~40대 고객을 겨냥한 전략이다.
최훈규 이마트 판매담당은 “젊은 고객층을 위해 기존 점포보다 델리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가족 단위의 고객이 주말에 많이 방문할 것을 대비해 대용량 상품을 준비해 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푸드마켓 고덕점은 이마트가 서울에서 5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점포다. 이번 출점으로 이마트는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강동 대전'을 벌이게 됐다. 앞서 롯데마트는 올해 1월 강동구 천호동에 그로서리 특화매장 롯데마트 천호점을 6년 만에 신규 출점했다. ‘그로서리 특화 매장’이란 콘셉트가 꼭 닮은 푸드마켓 고덕점과 롯데마트 천호점은 반경 3.9km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10여분 거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월 16일부터 4월 16일까지 천호점의 매출은 롯데마트 6611.6㎡(2000평) 미만 28개 점 평균 매출보다 30% 이상 높았다. 같은 기간 고객 수도 25% 이상 많았다.
롯데마트 천호점도 30대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상권에 맞춰 델리와 간편식 특화 매장으로 꾸린 점이 매출상승의 비결이다. 27m에 달하는 롱 델리 로드는 일반매장보다 50% 더 많은 메뉴를 갖춘 덕분에 이곳의 델리 매출 구성비는 롯데마트 전점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이어 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 '데일리 밀 솔루션'(Daily Meal Solution) 효과로 천호점의 냉동식품 매출은 롯데마트에서 최상위권이 됐다. 조미대용식 특화 매장 '글로벌 퀴진'(Global Cuisine)으로 인해 글로벌 소스 매출도 롯데마트 점포 평균의 약 3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덕, 천호 등 강동 지역은 재개발·재건축 입주 등으로 인해 배후 상권이 풍부하다”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그로서리 콘셉트가 똑같아 강동 지역의 장바구니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자존심 대결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