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권한 위법하게 남용했다 보기 부족”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방역당국 공무원에게 ‘직권 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장 A 씨와 보건소 감염병관리과장 B 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2021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잔여 백신을 예비명단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접종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4월에는 해당 지자체 부시장을, 5월엔 지역 조합 직원을 예비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권한을 남용해 화이자 1차 접종이 이뤄지게 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이다.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이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이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하위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방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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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이 A 씨와 B 씨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2심 또한 무죄를 선고하며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보건소 소속 하위 공무원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도록 한 건 맞지만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 범위 내에서 그 직권에 부합하는 필요‧상당성 있는 행위라고 판단될 뿐 직무 권한을 위법하게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은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방조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없다”라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