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의성·산청 등 영남권을 덮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지난달 발생했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31명, 중상 9명, 경상 42명으로 총 82명이다.
산불영향구역은 11개 지역 4만8239ha로 축구장(1ha) 4만8239개, 여의도 면적(290ha)의 166배에 달한다. 경상북도는 이번 산불 피해액이 역대 최대 수준인 1조 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고의로 산불을 낸 방화범, 부주의로 인해 산불을 낸 실화범에 대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 법은 고의범과 과실범을 엄격하게 구분하는데, 과실범이라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형사책임을 지운다.
사실 과실범을 처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화죄는 불의 특수한 위험성을 고려해 부주의로 발생한 것을 처벌하는 것이다. 산림보호법상 실화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형법상 실화죄보다 처벌 수위가 더 높다.
방화죄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중하다. 산림보호구역이나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내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사건에서 검찰은 애초 중실화죄 혐의를 적용하고자 했으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실화 혐의만 적용했다.
법원은 회사 측의 저유소에 대한 관리·운용에 미흡한 과실, 피고인의 과실이 경합돼 화재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실화는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범죄로서 제한적으로 처벌되는 셈이다.

반면 방화는 명백한 고의로 행해지는 중대한 범죄다. 고의로 방화하는 경우는 대부분 구속 사안이다. 특히 방화 살인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감정유치 영장을 발부받아 법무부 국립법무병원에 감정을 받는다.
방화의 범행 동기는 개인적 원한, 자신의 처지 비관, 사회적 열등감 등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10건 중 1~2건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로 인한 방화다.
민사적으로는 불의 특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경우 불이 생긴 곳의 물건을 태울 뿐만 아니라 부근의 건물 기타 물건도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외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화재 피해의 확대 여부와 규모는 실화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기의 습도, 바람의 세기 등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우리 법은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에게는 어느 정도 손해배상액을 덜어 주도록 돼 있다. 다만 방화는 고의범이기 때문에 특례가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이보라 정오의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방화의 이면에 정신질환이나 복잡한 심리적 배경이 깔려 있기도 하다”며 “형사처벌뿐 아니라 정신적 치료와 사회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