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발효 전 일시적 수요 급증
2분기 물량 당겨 팔았다 불안감
부품사 반짝 실적에 그칠 가능성
“어제 나온 정책 내일 또 바뀌어”
LGD는 흑자ㆍ전망 엇갈려

전자 업계 부품사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지만 기업들의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이 본격 적용되기 전, 제조·판매사들이 제품과 부품을 서둘러 확보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덕분이다. 즉, 실적 개선이 구조적인 회복이 아닌, 관세 이슈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판단 때문이다. 상호관세율과 적용 시점이 계속 바뀌며 업계의 실적 전망도 계속 빗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전기·전자 부품 기업들이 이달 중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으로 인해 기업들이 전략 수립조차 쉽지 않았던 시기였다.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과 급변하는 환율 탓에 증권사들조차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현대차증권은 1분기 440억 원의 영업손실을, 키움증권은 1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예상했다. 약 500억 원 정도의 차이지만 흑자냐 적자냐를 두고 분석 자체가 갈린 셈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어제 나온 관세 정책이 내일이면 또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1분기 실적을 예측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공식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고, 기본 관세율도 10%로 한정하겠다고 수정했다. 하루가 멀다고 뒤집히는 관세 정책 탓에 원·달러 환율도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7일 33.7원, 8일 5.4원, 9일 10.9원 뛰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 발표되자, 다른 부품사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6조6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가 평균 기대치인 5조 원 초반대를 1조 원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른바 ‘관세 효과’가 1분기 실적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각국이 관세를 본격 부과하기 전에 제조사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부품 주문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해석에 신중론도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상 물류로 제품을 보내는 데 45~60일이 걸리는데, 관세 발표 당시 출항한 물량은 아직 도착도 하지 못한 상태”라며 “휴대폰처럼 항공 운송을 이용하는 일부 품목은 예외지만 대부분의 부품은 해상 물류에 의존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출하 속도를 조절했다고 보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관세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실적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적 분석도 어렵고 전망은 더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2분기 이후를 더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1분기 호실적을 예상하면서도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앞선 분위기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2분기 물량을 1분기에 당겨 판 것뿐인데 2분기는 얼마나 실적이 빠지겠느냐”면서 “이제 진짜 관세 폭탄을 맞게 되면 2분기는 암울한 실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