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전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주사들도 자본 건전성과 외화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밸류업(기업가체 제고)에 제동이 걸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2일(1496.5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은행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합의 소식이나 대화 모드 전환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는 환율 천장이 열려있으며 1500원도 가능하다"며 상반기 환율 범위를 1430∼1500원으로 제시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에 환율의 상방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등락 범위를 1420~1510원로 예측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권도 비상에 걸렸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환율을 토대로 위험가중자산(RWA)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보통 당기 말 기준이다.
CET1은 총자본 중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보통주 자본을 금융사의 RWA로 나눈 수치로, 금융사의 손실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수치가 올라갈수록 주주배당 여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CET1을 12.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주요 금융사들은 밸류업 방안으로 보통주 자본비율 목표치를 13%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목표치를 초과한 자본에 대해서는 자산주 매입·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환율이 급등할 경우 CET1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은 0.6bp(1bp=0.01%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지주사별 CET1은 △KB금융 13.53% △신한금융 13.06% △하나금융 13.22% △우리금융 12.13% 등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에도 선방한 수치다. 이는 금융지주사들이 비상대응체계 구축에 나서며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시작된 이후 비상대응체제를 상시 가동하면서 외환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의 유동성 비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했다.
이번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서도 금융지주사들은 일체히 비상대응에 나서며 관리에 나섰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실무 부서와 긴급 회의를 갖는 것은 물론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추진 중인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적시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방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금융지주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현재 비상 상황에 준해 자본관리와 리스크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대외 정세가 불확실한 만큼 정부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주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