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산 비율 10% 넘기며 최대
"남아시아·유럽, 시장 다변화 필요"

국내 주요 은행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임직원 수, 자산·수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세계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 근무 임직원 수는 총 2526명으로 3년 전(2032명)보다 24.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근무 인력은 디지털화와 점포 축소 등의 영향으로 5.45%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해외 자산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해외 자산(원화 기준)은 225조4586억 원으로 총자산의 10.55%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단순 해외 지점뿐 아니라 현지법인·지분투자 등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전반의 확장을 반영하는 수치로 해석된다.
해외 수익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14조9195억 원으로 3년 전(6조8185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은행의 글로벌화 정도를 보여주는 초국적화지수(TNI)도 상승했다. 4대 은행의 평균 TNI는 지난해 말 17.50%로 전년 동기(17.17%) 대비 0.33%포인트(p) 올랐다. TNI는 해외 자산·매출·임직원 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글로벌화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권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해외 수익 다변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인도, 북미 등으로 진출 지역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금융, 기업대출, 디지털뱅킹 등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은행권의 조직 운영 방식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해외 지점장은 본점 출신 직원이 도맡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인재를 육성해 파견하거나 현지 인재를 직접 발굴하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시장 이해도에서 현지화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구조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문제는 쏠림현상이다. 금융사들이 진출한 해외 국가 10곳 중 7곳이 아시아에 편중돼 있고 그중 절반은 동남아 시장에 몰려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른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와 유럽으로 해외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수익의 비중도 여전히 낮다. 국내 은행의 해외 수익 비중은 10%를 한참 밑돈다. 4대 은행의 경우 총수익 대비 해외 수익 비중은 7.30%에 그쳤다. 글로벌 은행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40~50% 내외로 우리나라의 약 6~7배에 달한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보험사와 증권사는 더욱 초라하다. 국내 보험사의 순이익에서 해외시장을 통해 벌어들이는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증권사의 해외 수익 비중은 2023년 말 기준 4.1%에 그쳤다.
각국의 금융 규제와 현지 시장 상황, 정치·경제적 변수 등도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리스크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과 현지 조달비용 상승 등이 해외 진출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저성장 구조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다만 해외 사업이 실질적인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선 리스크 관리와 현지화 전략,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