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동국제약‧제일약품 자회사도 상장…“전문성↑, 자금 확보 수월”
쪼개기‧중복 상장 우려도…오스코텍, 자회사 상장 논란에 대표 연임 실패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잇달아 자회사 상장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 상장은 업계에서 자주 이루어지는 전략으로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다. 다만 쪼개기‧중복 상장 논란도 제기된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자회사 GC지놈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코스닥 상장 절차를 밟는다. GC지놈은 2013년 설립된 임상유전체 분석 기업으로, 질병 진단과 예측을 통한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요 서비스는 △건강검진 검사 △산전·신생아 검사 △암 정밀진단 검사 △유전희귀질환 정밀진단 검사 등이다.
GC지놈은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자금을 암종별 전주기 및 암종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GC지놈이 상장되면 GC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총 7개로 확대된다. 현재 그룹에서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웰빙, 녹십자엠에스, 지씨셀, 유비케어 등이 상장했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이뮨온시아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이뮨온시아는 2016년에 설립된 면역항암제 전문 신약개발 기업이다. 핵심기술인 T세포 및 대식세포를 타깃으로 항암제를 개발한다. 현재 PD-L1과 CD47을 각각 타깃하는 항체치료제 ‘IMC-001’과 ‘IMC-002’의 임상 2상과 1b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2021년에는 중국 3D메디슨에 IMC-002의 현지 개발·판매 권리를 계약금 800만 달러(약 117억 원)를 포함한 총 4억7050만 달러(약 69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공모 자금을 임상 개발비용 및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자회사 상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 동국제약의 자회사이자 조영제 기업 동국생명과학이 상장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코스닥에 입성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정’을 개발하며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신약 허가와 해당 신약을 매출로 확보한 상태로 상장하는 첫 회사가 됐다. 2021년에는 제넥신의 자회사 네오이뮨텍이 상장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유는 자금 확보를 비롯해 사업전략 강화, 지배구조 재편 등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모회사의 특정 파이프라인을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자회사 설립부터 상장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여러 파이프라인과 연구를 동시에 하는데, 이때 자회사를 별도 분리해 상장하면 모달리티별(치료적 접근법) 다른 전략과 규제가 필요한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사업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도 모회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회사가 실패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쪼개기‧중복 상장 논란도 있다.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을 추진하는 오스코텍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노스코 상장을 반대하며 창업자인 김정근 대표의 연임을 저지했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 조달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이 오스코텍의 가치를 낮추는 ‘쪼개기 상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매출에 따른 로열티의 40%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지금까지는 렉라자 수익은 오스코텍의 주식 가치로 반영됐지만,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가치가 분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이 렉라자 수익을 나눠 가져 사실상 같은 회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좋고, 두 회사의 성격이 어떻게 확실히 다른지 성과로 보여준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필연적으로 모기업이 상장사일 때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기업의 가치가 떨어져 주주들이 반발한다. 실제 모기업은 그만큼 시가총액을 반납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도 제노스코 상장에 대한 여러 문제가 얽히며 예심 결과를 5개월 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사업에 집중하고 투자받기 위해서는 자회사 상장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대규모 자금이 꾸준하게 투입돼야 하는 영역이다. 재무구조가 불안해진 자회사가 자금을 지원받아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