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쇼핑몰 경계 허문 타임빌라스 수원
더현대 서울 성공방정식 이식한 커넥트 현대
SSM 특징 섞은 이랜드의 킴스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기존 유통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소비패턴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유통업계가 인위적으로 업태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인데, 최근 경기불황·소비침체로 이런 현상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미래형 쇼핑몰 사업’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택했다. 롯데백화점의 미래형 쇼핑몰은 ‘컨버전스(Convergence)’가 핵심이다. 백화점에서 벗어나 식음(F&B), 체험형 매장, 대형 이벤트 등을 갖춘 점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작년 5월에 공개한 타임빌라스(TIMEVILLAS) 수원이 대표 사례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백화점·쇼핑몰로 구역을 나누지 않고 브랜드를 섞어서 배치했다. 그간 건축구조상 백화점과 쇼핑몰을 구분,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을 취했지만 각 업태의 장점을 살려 융합함으로써 시너지를 얻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백화점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작년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전환한 후 신규 고객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또 2030세대의 매출이 약 3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타임빌라스를 11개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송도,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주에 타임빌라스를 신규 출점하고 전북 군산점, 광주 수완점, 동부산점, 경남 김해점, 의왕점, 파주점 등 기존 7개점을 타임빌라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도 백화점과 쇼핑몰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점포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이는 업계 최단 기간으로 평가받는다.
현대백화점은 더 현대 서울 성공 방정식을 커넥트 현대(구 현대백화점 부산점)에도 적용했다. 다. 커넥트 현대는 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울렛의 가성비, 미술관의 문화·예술 체험 요소를 결합한 도심형 복합쇼핑몰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실적 부진에 빠지자 리뉴얼을 통해 작년 9월 간판을 바꿔달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업태가 아니라 쇼핑 그 자체”라면서 “업태 경계를 깨는 건 고객 쇼핑 편익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편의점과 슈퍼의 경계선도 연해지고 있다. 최근 편의점 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랜드리테일의 킴스편의점(킴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킴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는 다른 정책이다. 또 신선식품을 그램(g)당 판매를 하는 등 슈퍼마켓의 특징을 적용했다. 또 생산자 직거래 등 로컬 푸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유통업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한 업태에 고정적으로 머물러서는 급격하게 변하는 소비패턴을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소비침체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에서 가정간편식(HMR), 델리 등을 선호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체험을 원한다든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고객 니즈가 바뀌자 유통기업들도 생존하기 위해 다른 업태에 있는 특징을 가져오는 것”이라면서 “업태 경계가 흐려지면서 발생하는 규제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변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