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LG그룹, 지주회사 전환 성공으로 지배구조 안정

입력 2009-07-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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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 리더십 전문경영인 역할 분담 ‘성장 가속화’

매출 115조원, 임직원 약 17만명, 수출액 482억 달러(2008년 말 기준).

LG그룹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숫자다. 국내 기업들의 최대 위기였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LG그룹의 매출이 46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남짓 시간 속에 두 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더군다나 LG그룹은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GS그룹과 LS그룹이 분리된 이후 더 빠른 성장을 한 점이 두드러진다.

LG그룹의 성장은 일차적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국내 기업의 양극화 과정에서 상위 10대 기업군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결과 비약적으로 몸집이 커진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기회를 제대로 포착해 글로벌 기업의 대열에 설 수 있게 된 배경 중 하나는 국내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패러다임 변화에 LG그룹이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2001년 지주회사 전환으로 국내 재벌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순환출자문제를 해결하고 이른바 ‘수정 가족자본주의 경영’에 안착한 LG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오늘의 LG를 가능하게 한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지배구조 변화 속 지주회사 전환 성공

LG그룹의 지배구조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구씨 일가가 지주회사인 (주)LG와 LG상사의 최대주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주)LG가 다시 주력 계열사인 LG화학, LG전자, LG데이콤의 대주주로 권리를 행사하는 구조이다. LG전자 등 그룹내 3대 기업은 전자, 화학, 통신 분야 계열사의 100% 보유하거나 최대주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LG그룹은 지난 2001년 LG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성공적인 지배구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지금은 지주회사체제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LG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과거 ‘가족자본주의’적인 성격의 그룹 지배구조를 ‘수정 가족자본주의’의 모델로 한 걸음 발전시킨 것이다.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가족자본주의의 성격을 먼저 봐야 한다. 기업분석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족자본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창업주가 가족을 경영일선에 참여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고 창업 이후 규모가 커진 다음에도 계속해서 기업을 창업가족의 지배하에 두려는 문화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창업가족이 과거처럼 대규모의 소유지분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1997년 외환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오너들이 극소수의 소유지분만으로 순환출자 형식 등을 통해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관행의 병폐가 지적됐다. 결국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고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면서 ‘수정 가족자본주의’의 모델이 나타나게 된다.

수정가족자본주의 모델의 특징은 창업 가족 및 특수관계자가 최대주주로 남아 가족 소유를 유지하는 한편 지배구조에 있어서는 오너, 전문경영인, 시장 감시자간 역할 분담을 통한 삼자 지배구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된 것인데, LG그룹은 이즈음 정도경영TF팀을 발족을 통해 구조조정본부를 폐지하고 2001년 4월 지주회사제로 전환하면서 대응했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일등LG' 지향 구 회장의 리더십

구본무 LG회장은 현 LG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변화과정을 진두지휘한 핵심인물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우선 지배구조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궁극적으로 LG그룹의 체질을 바꾸게 된다. 이른바 ‘일등LG’를 주창한 구본무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게 됐고, 전문경영인의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취임한 후 ‘일등 LG’를 목표로 제2창업을 선포하고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했다.

구 회장은 지난 7월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하며,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일등LG’의 참모습”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구 회장은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사업별 ‘일등LG’의 모습을 보다 구체화하고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이를 실현해 가는데 주력해야 하고, 아울러 미래를 위한 투자와 인재육성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등LG’의 캐치프레이즈는 이전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까지 40여년 동안 LG의 기업문화를 대표했던 ‘인화’와 비교해 달라진 LG의 모습을 상징한다.

실상 ‘일등LG’는 1995년 구본무 LG회장이 취임 후 내걸었던 ‘LG웨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LG웨이가 ‘고객을 생각하며 바른 길을 걷는 따뜻한 경영’이라면 일등LG는 기업의 정체성을 ‘추격자’에서 ‘마켓 리더’로 재정립하고 현장을 중심으로 한 발상의 전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구 회장은 지난 5월 경기도 이천 인화원에서 열린 LG스킬올림픽에서 “이제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창의와 자율에 기반한 한 차원 높은 혁신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이를 통해 조직 전체가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이 충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성장의 주춧돌 ‘전문경영인’

글로벌 경기 불황의 높은 파고 속에서 LG그룹 계열사들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들이 최근 잇달아 발표된 2사분기에서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사분기에 매출 4조8905억원, 영업이익 2176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사상최대 분기 매출과 흑자 전환을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같은 날 LG화학도 2사분기에 매출액 3조9209억원, 영업이익 6603억원, 순이익 467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36.4%, 순이익은 31.2%가 각각 증가한 수치이다.

이 같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호조는 전문경영인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임원의 상당수를 외국인으로 교체하는 등 글로벌 LG전자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임원 268명 중 외국인은 10%가 넘는 29명에 달한다.

수익성 1위 기업을 목표로 맥스캐파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주목받고 있는 CEO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미6세대 라인 증설 및 파주8세대 가동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전세계 LCD패널 출하량 1위를 유지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위상을 한껏 올렸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취임 직후 성공적인 석유화학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고, 그 결과 LG화학은 2년 연속 순이익 1조원 기업 대열에 드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김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의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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