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두산밥캣 분할합병, 이사회서 재논의해야"

입력 2024-07-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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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혜원 기자)
(사진=윤혜원 기자)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분할해 두산로보틱스로 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금융당국이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준범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이번 분할·합병 및 주식교환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가 받을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와 하락 가능성 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임에도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 부회장은 “특히 두산로보틱스의 사업 분야인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음을 고지한 만큼 현재 주가 수준에 대한 객관정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두산로보틱스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세 회사 이사회가 분할·합병 안건을 재상정해 재고할 것을 촉구하며 “3사 이사회 의사록을 검토해보니 어디에도 주주 이익을 위한 검토가 없었다”며 “합병과 같은 자본 거래에서는 이사회가 사업적 관점뿐 아니라 주주를 위한 최선의 이익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지배주주가 9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을 자발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천 부회장은 “2004년 고등법원 판결을 보면 모자회사간 합병에서 모회사가 특별한 이해관계의 예시로 언급된 바 있다”며 “지배주주의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이 제한되면 일반 주주에게도 바람직한 거래라는 점이 인정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1:1에 가까운 비율로 평가받은 데 대해 “극단적 불합리이자 한국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약탈적 자본거래”라고 비판했다.

또 두산로보틱스가 고평가된 상태로 두산밥캣과 합병될 수 있던 배경에는 199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있다고 진단했다. 천 부회장은 “1명의 동일인이 모든 계열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에서는 합병, 분할을 해도 거버넌스 변경이 없다”며 “지배주주의 지분율 상승·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런 자본거래가 이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계 펀드 테톤캐피털의 션 브라운 이사는 테톤캐피털이 펀드를 통해 두산밥캣 전체 지분의 5% 가량을 보유했다가 분할·합병 공시 이후 대부분을 장내 매도했다며 “이 뼈저린 경험을 통해 한국에서 이런 날강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테톤캐피털에서 17년간 근무한 브라운 이사는 “시가총액 대신 기업가치(TEV)로 두산밥캣과 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을 계산해보면, 적정 비율은 96:4가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49:51이 됐다”며 “테톤캐피털이 보유한 밥캣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 것이나 다름 없어 격분하고 실망했을 뿐 아니라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언급했다.

브라운 이사는 12일 두산그룹 컨퍼런스콜에서 두산밥캣 경영진을 향해 이번 분할합병 시너지로 얻을 가치의 규모와 시너지 창출 시점 등에 대해 물었으나, ‘이사회가 그에 대해 예상하거나 추산할 시간이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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