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술 취한 나무’를 아시나요

입력 2024-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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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나무’라고 아세요?”

기후변화 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활동가가 물었다. 어디서 볼 수 있는 거냐고 되묻자, 그는 알래스카 영구동토 지역이라고 답했다. 나무 밑동이 뒤틀려 비스듬히 자라는 현상이라는데, 벌써 십수 년 전이었으니 지금은 훨씬 더 많아졌을 거라고 했다.

쉽게 말해 언 땅이 녹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반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저장돼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대량 분출을 크게 걱정했다. 그는 “먼 나라, 먼 미래 얘기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현실화할 경우 지구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도 비슷한 지적을 한 적 있다. 연구원은 ‘몹시 위험한 영구동토 해빙’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영구동토 탄소 배출은 중요한 기후변화 증폭자이며 원격지에서 일어나고, 인간의 영향에서 멀며, 육지를 가로질러 확산된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의 발간 시점은 무려 12년 전이다. 특히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메탄 배출이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화석연료 과다 사용에 따른 기온 상승, 영구동토 해빙, 온실가스 배출이란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환경 분야를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는 들불같이 번지고 법도 바뀌는데 모든 게 연결된 기후 문제만 예외”라며 “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으니 내일로 미루는 거다. 선진국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전환되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다양한 기후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지구온난화 등 심각한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네덜란드, 영국, 미국 몬태나주 등 법원은 각 정부에 패소 판결을 내리며 적절한 조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최초로 기후소송 선고를 앞뒀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미래세대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정부 측은 기후변화가 한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고, 산업 구조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면 현세대에 대한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기후소송 최후변론에 나선 한제아(12) 양은 재활용되지 않는 물건을 사지 않으려 애썼고, 쓰레기산 위에 나무를 심는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실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왜 책임을 회피하느냐고 일갈했다.

정부 측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후 재난이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대비가 늦은 건 사실이다. 이제라도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 만족할지, 환경 정책을 재검토할지는 헌재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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