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비중 9번째 높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기업 버크셔해서웨이(버크셔)가 지난해 3분기부터 비밀리에 사들인 주식은 손해 보험사 ‘처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크셔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처브의 주식 약 2592만 주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공개됐다. 금액으로는 67억 달러(약 9조 원) 수준이다.
버크셔가 보유한 처브의 지분은 6.4%이다. 동시에 처브 주식은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 가운데 9번째로 비중이 큰 종목이 됐다.
버크셔는 작년 3분기부터 처브를 인수하기 시작했으며, SEC로부터 관련 매입 내역과 포지션을 일시적으로 기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버크셔의 기밀 처리 요청은 2020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는 버핏이 투자의 현인으로 유명함에 따라 모방 투자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버핏이 처브를 대량 매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8% 이상 급등했다.
세계 최대 상장 손해보험사인 처브는 2016년 보험사 에이스 리미티드에 295억 달러에 인수됐다. 54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대형보험사 AIG의 전 회장 겸 CEO인 모리스 그린버그의 아들이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버핏의 가치투자 철학에 부합하는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버핏은 보험사 투자를 즐겨한다. 자동차 보험사인 게이코를 비롯해 재보험사인 제너럴 리와 내셔널인뎀니티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22년에는 보험회사 앨러게니를 116억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 연례 주주 서한에는 “재산 보험, 사고 보험은 버크셔의 안녕과 성장의 핵심을 제공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처브에 대한 투자는 버크셔의 투자 전략을 잘 보여준다. 버크셔는 최근 몇 달 앨라이파이낸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같은 금융사에 대한 투자를 2배로 늘리는 한편 소비재에 대한 투자는 축소하고 있다.
또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주식은 7억9000만 주로 1354억 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동안에는 애플 주식을 1억1600만 주 줄였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버크셔의 최대 보유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이 41%에 이른다.
버핏 회장은 주총에서 “애플은 버크셔가 보유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애플 지분을 줄인 이유는 애플의 장기 전망이 문제가 아니라 세금 때문에 주식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가 보유한 비중 상위 5개 기업을 보면 애플(1354억 달러)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392억 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345억 달러), 코카콜라(245억 달러), 셰브런(194억 달러) 등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