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상속]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해야 할까

입력 2024-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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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얼마 전 흥미로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사안의 내용은 이렇다. A 씨와 B 씨는 10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다. A 씨는 건실한 회사를 운영해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번도 정식으로 결혼을 한 적이 없었고 자식도 없었다. 그런데 A 씨가 갑자기 사망하게 되었고 A 씨에게는 자식, 배우자, 부모님이 모두 없었기 때문에 A 씨의 재산은 전부 형제들이 상속받게 됐다.

그러자 B 씨는 A 씨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이 있으며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A 씨가 남긴 재산을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현행 우리 민법상으로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이나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B 씨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민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필자가 관여했던 사건이다. 필자는 A 씨의 상속인을 위해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B 씨는 2020년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는데, 2024년 3월에 결정이 내려졌으니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하는데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에 관해 2014년에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는데,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이번에도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민법이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규정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헌법재판관들 전원이 동의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재산분할청구권 관련해서는 다른 판단을 했다. 다수의 헌법재판관이 합헌이라고 판단해 결론적으로 합헌으로 인정했지만, 3명의 헌법재판관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헌법재판관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 다소 놀라웠다.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의 주된 이유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실질적인 부부재산의 청산∙분배를 위해 인정되는 것인데, 사실혼과 법률혼은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의 유무에 차이가 있을 뿐, 부부로서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상속권이 없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고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견해도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언제든 혼인신고만 하면 상속권이 인정되는데, 오랜 기간 사실상 부부처럼 생활을 하면서도 굳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혼 관계에 있지만 상속을 해주고 싶지 않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에 있더라도 증여를 받을 수도 있고 유언을 통해 재산을 받을 수도 있다. 재산을 취득할 때 공동명의로 취득할 수도 있다. 또한 사실혼은 법률혼처럼 외부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만일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다툼이 생긴다면 상당한 기간 동안 법률적 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와 같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민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을 받을 수도 없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도 없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되었다. 현재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미리 재산관계의 청산∙분배에 관해 논의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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