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벚나무 아래서?…신동욱·홍익표 유세 열전 [배틀필드410]

입력 2024-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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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앵커 vs 중진 원내사령탑…서울 서초을 르포

▲(김은재 기자. silverash@)
▲(김은재 기자. silverash@)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서울 서초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라이벌이 서초와 강남을 잇는 영동교 벚나무 아래에서 만났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튿날인 29일 서초을 신동욱(국민의힘)·홍익표(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세 중 조우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두 후보는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천 근린공원에서 집중 유세를 벌였다. 이날 양재천은 서초구에서도 규모가 꽤 큰 축제로 꼽히는 ‘벚꽃 등축제’를 보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둘은 서로를 발견하곤 누구 먼저랄 것 없이 악수를 나눴다.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마쳤다. 하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각자 갈라져 유세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 “서초을 출마 말라”…홍익표 온탕·냉탕 공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서초을 후보가 29일 양재천에서 열린 벚꽃 등축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서초을 후보가 29일 양재천에서 열린 벚꽃 등축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양재천에 먼저 도착한 건 홍 후보였다. 그는 하얀색 상의를 입은 채 오후 5시 15분쯤 영동1교 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상의엔 파란색 글씨로 ‘민주당 1’, ‘홍익표’가 적혀 있었다.

그는 머그컵, 화분 등을 파는 행사 부스에 일일이 들러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도자기 머그컵을 파는 부스에선 물건을 살펴본 뒤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며 상인과 대화를 이어갔다.

행사장을 들린 시민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는 “홍익표 의원입니다”, “반갑습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빵모자를 쓴 한 70대 어르신은 홍 후보를 마주치자 “딱 좋아하는 분”이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일부 시민들은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라며 격려의 말을 건네거나, ‘셀카’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냉랭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홍 후보가 수변무대 쪽에 자리를 잡고 악수를 청하자 “서초을에 출마하지 마세요”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시민도 있었다.

강남3구에 속한 서초을은 민주당에겐 대표적인 험지다. 1988년 선거구가 신설된 후 지금까지 치러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전승을 기록했다. 홍 후보는 중·성동갑에서 내리 3선을 했지만, 22대 총선에선 험지 출마를 자처해 서초을로 출마지를 옮겼다.

◇= “앵커할 때 매일 봤다”…어쩔 수 없는 ‘보수 텃밭’?

▲신동욱 국민의힘 서초을 후보가 29일 양재천에서 열린 벚꽃 등축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신동욱 국민의힘 서초을 후보가 29일 양재천에서 열린 벚꽃 등축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신 후보는 홍 후보보다 20분가량 뒤에 양재천에 도착했다.

신 후보가 행사장 내로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일부 시민들은 셀카를 요청했다. 신 후보는 30초~1분에 한 번씩 시민들과 사진을 찍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신 후보와 셀카를 찍은 뒤 양손으로 엄지척을 해보였다. 그러곤 “100%, 100%다”라며 응원했다.

꽃집 부스를 운영하는 한 부부는 “열렬한 팬입니다”, “TV조선 앵커를 할 때도 매일 봤습니다”라며 신 후보를 맞았다. 앞서 홍 후보가 들렸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신 후보는 “서초을은 화훼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다. 이 지역에선 화훼가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다. 조합장도 여러 번 찾아뵙고 했다”며 호응했다.

◇= “尹 때문에 홍 찍겠다” vs “어차피 보수가 되는 곳”

▲(김은재 기자. silverash@)
▲(김은재 기자. silverash@)

서초을은 흔히 보수 계열이라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되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정치에 처음 발을 들인 신인과 3선 중진 야당 원내사령탑과의 대결이 성사된 만큼 팽팽한 접전을 보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현역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부천을’로 재배치되면서 신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홍 후보 또한 12년을 지낸 지역구를 처음 벗어났다. 서초을 출마가 처음인 두 후보가 나서면서 새판이 짜인 것이다.

민심은 엇갈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론 홍 후보를 지지하겠단 여론도 적지 않다.

서초동에서 30년을 거주했다는 한 50대 여성은 “서초구도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40·50대는 진보 쪽으로 표를 주는 것 같기는 하다”고 했다.

그는 “저도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민주당 쪽을 찍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이 공감하기가 어렵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런데 사실상 우리가 민주당 쪽을 찍어도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 여기는 보수 텃밭이지 않냐”고 전망했다.

우면동(양재1동)에서 10년을 살았다는 김 모 씨(70대)는 “홍 후보는 일단 인상이 좋다”며 “검찰 세력을 밀어내려면 민주당을 찍어야 하지 않겠나. 검찰이 잘못한 게 많다”고 반응했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서 홍 후보를 마주치곤 반갑게 악수를 건네보이기도 했다.

그는 “검찰 세력들은 자기들 죄는 다 감추고 엉뚱한 사람들을 발가벗기지 않나. 그런 점이 못마땅하다”며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도 “서초을은 잘 모르겠다. 여기는 어쩔 수가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신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면동에서 17년을 살았다는 조 모 씨(64)는 “두말할 필요가 있나. 신 후보가 무조건 된다. 100%”라고 확신했다.

그는 “신 후보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오늘 유세조차 나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서초구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본다. (표를) 안 뺏길 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배역 1번 출구에서 만난 어르신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방배3동에서 40년을 거주했다는 이 모 씨(85)는 “본래 이 자리는 민주당 자리가 아니다. 신 후보가 앵커를 했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다. (민주당에서) 다른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당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민주당이 지금 좋지 않은 법을 계속 만들고 있지 않나. 대통령 탄핵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숫자(의석수)가 많아지면 안 된다. 이번이 정말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신 후보가 ‘정치 신인’인 게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반응도 나왔다. 이날 양재천 행사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두 분 중 누가 되든 괜찮을 것 같다”며 “신 후보의 경우 쉽게 말하면 ‘똥통’에 발을 담그지 않은 사람이라고 본다. 정치에 오래 몸을 담은 사람이 아니니 신선하다”고 반응했다.

다만 “누구를 찍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공약을 살펴보고 투표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29일 양재천 벚꽃 등축제에서 만난 홍익표 후보와 신동욱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29일 양재천 벚꽃 등축제에서 만난 홍익표 후보와 신동욱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은재 기자. silver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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