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대화하고 싶어 만든 영화'

입력 2024-02-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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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다. 나는 이런 순간이 있었는데, 당신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느냐고 묻고 싶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CJ ENM)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CJ ENM)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셀린 송 감독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든 이유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인연이라는 감정은 모든 사람이 느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부분 보통의 인생을 살고 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중우주 속 판타지 영웅은 아니다"라면서도 "평범한 이 삶 안에서도 많은 시공간이 지나가고, 특별한 순간이나 신기한 인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나눈 해성(유태오)과 나영(그레타 리)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한국에서 12살까지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온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그는 "어느 날 한국 친구가 뉴욕에 왔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술을 먹었는데, 두 사람이 언어가 달라 소통되지 않으니 제가 두 언어를 전부 하는 사람으로서 해석해줬다"라고 말했다.

셀린 송 감독은 "그 둘은 서로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고 있었다"라며 "그 순간 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전부 이곳에 있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날 밤 대화가 너무 감명 깊어서 이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ㆍ배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A24는 '미나리', '문라이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배급하는 스튜디오로 유명하다.

셀린 송 감독은 "A24는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 감독들과 많이 일한다.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스튜디오"라며 "A24 스태프들이 시나리오를 읽었고, 눈물 흘린 분도 있었다. 잘 될 것 같다며 같이 일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CJ ENM)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CJ ENM)

영화의 제목을 영어로 표기하면 'Past lives'이다. 한자로는 전생(前生)을 의미한다. 셀린 송 감독은 "꼭 전생이라고 해서 이전의 삶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현재의 삶 안에도 '패스트 라이브즈'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변호사였다가 현재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면, 내 전생은 변호사인 것이다. 부산에 살다가 서울에 와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 인생 안에 있는 전생, 어딘가에 두고 온 삶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헤어졌다가 2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뉴욕에서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두 사람의 인연은 끊어진 것일까. 영화는 이 같은 물음을 계속 관객들에게 던지며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이미지로 펼쳐 보인다.

또 셀린 송 감독은 이 영화에서 '모른다'라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버를 기다리는 해성과 나영의 마지막 모습은 굉장히 미스터리하다"라며 "전생에서 혹은 다음 생에서 우린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라는 해성의 질문에 나영이 '모르겠어'라고 답하는데, 해성 역시 '나도'라고 말한다. 잘 모르겠다는 마음이 이 장면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촬영과 대사가 모두 세련된 영화다. 특히 패닝 숏(panning shot : 수평으로 이동하며 찍기)과 롱테이크(long take : 길게 찍기)가 인상적으로 활용됐다. 장면을 잘게 쪼개서 편집하지 않고, 피사체를 긴 호흡으로 포착한다. 카메라는 유영하듯이 인물 사이를 흐른다.

이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가령 두 사람이 뉴욕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나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컷하지 않고 패닝하면서) 해성을 바라본다"라며 "영화라는 느낌을 피하고 싶었다. 대화를 진짜 엿듣는 느낌으로 찍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힘든 '오스카 레이스'에 대해 그는 "영화가 모든 걸 했다. 한 영화의 인생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나도 에너지를 얻는다"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나 힘이 생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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