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미국이나 한국이나 우왕좌왕…가상자산 파고,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2-06 05:00 수정 2024-02-06 09:2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승인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날. 갑자기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는 로이터 속보가 떴다. 트위터로 소식을 전했다는 데 관보 홈페이지는 조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킹이라는 속보가 곧 전해졌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SEC치고는 허술한 보안 관리가 아닐 수가 없었다.

발표날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6시부터 발표 소식을 기다리고자 대기 중이었다. 한데 시카고 증권거래소에서 먼저 비트코인 ETF를 상장 목록에 올렸다. 한 10분 지났을까 SEC에서 비트코인 ETF를 상장한다는 관보를 올렸다. 내용을 확인하려는 데 마주한 건 Error 404 화면이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수정된 관보가 pdf 파일로 게시됐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은 여전히 위험하며, 법원의 판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물 ETF를 승인한다는 논지의 입장문을 냈다. 그럼 애초에 재판에서 이기는 게 맞지 않았을까. 말 그대로 우왕좌왕 SEC다.

비슷한 일은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승인 결과가 나온 날, 늦은 오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공문이 증권가에 내려왔다. 이후 금융위는 수차례 현물 ETF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한데 며칠 뒤, 이를 뒤집는 듯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나왔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이것을 한다, 안한다’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한 상태”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린 대통령실이 원점에서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국내 증시와 국부 유출 등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막는 게 맞다. 자본시장법도 고쳐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일찍이 유권해석을 내리고 탄탄한 법률적 근거를 만들었다면 이리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지난해 8월 SEC 심사를 재검토하라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단이 나왔을 때부터 자명한 결과였다. 금융당국은 SEC와 소통창구가 있으니 더 잘 알았을 것이다. 부랴부랴 "안돼"라고 말하니 업계와 투자자의 반발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의 갈팡질팡 행보로는 점점 더 거세지는 가상자산의 파고를 막기 힘들어 보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며 오히려 밈(meme)으로 소비됐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풍자하는 밈 코인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은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가상자산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며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금융당국이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더 빠르고 철저하게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또 담배…근무 중 자리 비움 몇 분까지 이해 가능한가요 [데이터클립]
  • 일본은행, 엔저에도 금리 동결…엔ㆍ달러 156엔 돌파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연이은 악수에 '와르르' 무너진 황선홍호…정몽규 4선 연임 '빨간불'
  • [컬처콕] "뉴진스 아류" 저격 받은 아일릿, 낯 뜨거운 실력에도 차트 뚫은 이유
  • 하이브, '집안 싸움'에 주가 5% 급락…시총 4000억원 추가 증발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887,000
    • -1.05%
    • 이더리움
    • 4,637,000
    • +2.66%
    • 비트코인 캐시
    • 681,000
    • -3.06%
    • 리플
    • 747
    • -1.58%
    • 솔라나
    • 203,100
    • -1.41%
    • 에이다
    • 668
    • -0.74%
    • 이오스
    • 1,177
    • -3.45%
    • 트론
    • 173
    • +0%
    • 스텔라루멘
    • 164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250
    • +0.73%
    • 체인링크
    • 20,340
    • -3.88%
    • 샌드박스
    • 653
    • -1.9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