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안심 주택, ‘보급형 실버타운’ 의미 있지만...사업성은 ‘갸우뚱’

입력 2024-01-31 17:03 수정 2024-01-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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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시가 도입을 추진하는 '어르신 안심 주택'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도심 역세권·병원 근처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는 보급형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으로 기능할 것이란 예상이지만, 현 수준의 인센티브로는 민간 사업시행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원활한 공급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업계는 최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개발 사업이 침체일로인 점을 고려해 사업성 제고를 위한 추가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봤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병원과 역세권 인근에 시세 30~85%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고령자를 위한 임대주택 ‘어르신 안심 주택’을 도입한다. 내달부터 대상지 모집을 시작해 2027년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주택은 65세 이상 어르신 1인 또는 부부 가구 위주로, 공공과 민간으로 나눠 공급한다. 공공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된다.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75~85% 이하의 임대료를 책정하고, 최대 6000만 원까지 보증금 무이자 융자도 지원한다.

민간사업시행자에게는 ‘청년 안심 주택’과 유사하게 각종 세금 감면 혜택과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준다. 사업계획 승인도 6개월 내 신속하게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건설자금 대출(최대 240억 원)과 이자 차액도 저리로 지원한다. 또 전체 물량의 80%는 임대, 20%(주거 연면적 30% 이내)는 일반분양을 허용한다.

▲어르신 안심 주택 사업 개요도. (자료제공=서울시)
▲어르신 안심 주택 사업 개요도. (자료제공=서울시)

어르신 안심 주택은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가 임박한 가운데 고령자 주거 안정 및 소셜믹스(Social Mix·아파트 단지 내 일반분양과 공공임대를 함께 시공)를 꾀하는 의미있는 시도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시에 따르면 20%인 일반분양 물량은 어르신 뿐만 아니라 청년과 중장년 등 전 연령을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주로 외곽지역에 조성되던 기존 실버타운과 달리, 도심역세권과 2·3차 종합병원 인근에 조성돼 거주지역 커뮤니티를 벗어나지 않고 의료, 생활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심 내 역세권, 의료시설 접근성 등을 감안하면 일종의 보급형 실버타운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전례 없던 내용이므로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고,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비용만 적절하다면 그만큼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간 시행사업자들 사이에선 참여 유인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기존 청년 안심 주택과 인센티브 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어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청년 안심 주택과 달리 일부를 일반분양으로 허용해 사업성이 확보된다는 입장이지만, 시행업계에선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주변 시세가 지속 변동되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어르신 안심주택의 보증금은 약 6000만~7000만 원, 월세는 약 30만~4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했다.

임대사업을 진행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현재 발표한 수준으로는 청년 안심 주택과 별 차이가 없어 사업적 메리트가 없다"며 "요즘 건설경기를 고려해 분양주택 수를 늘리거나,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주는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PF 리스크로 시행 사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점도 발목을 잡는다. 비슷한 성격의 청년 안심 주택 사업 인허가실적은 △2021년 44건 △2022년 23건 △2023년 10건 △올해(1월 30일 기준) 0건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밖에 서초구 방배동, 도봉구 쌍문동, 송파구 삼전동 등은 공공지원민간임대 공급촉진지구 지정이 해제 됐다. PF 부담과 건설 경기 침체로 사업 전망이 악화하면서 민간 사업자 이탈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 도심지는 토지비, 공사비가 지방보다 높다. 거기다 헬스케어, 영양센터, 무장애 설계 등 고령자 맞춤 설계를 적용하면 공사비는 더 올라간다"며 "PF를 일으켜 사업을 하더라도 임대 비중이 일반분양보다 높아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익성 문제로 의무 임대기간 이후 이탈하는 사업자가 늘 수 있단 점에서 지속적인 사업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어르신 안심 주택은 의무 임대기간 10년 후 처분할 수 있어 분양전환 또는 시세대로 매각이 가능하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시 직영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비중이 상당하므로, 그 부분에서 수익성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임대주택은 사업철수나 일정 기간 운영한 뒤에는 용도 변경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반분양 허용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건설 경기 상황에 따라 시행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익성 보완대책으로 분양주택을 넣었다"며 "사업자체 구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시행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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