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 “민간 임대인의 역할, 공공과 맞먹어…정부, 활로 열어줘야”[이슈앤인물]

입력 2023-12-29 07:00 수정 2023-12-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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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과거 부동산 시장 급등기 정부는 여러 시장 내 부작용과 관련한 원망의 화살을 돌릴 대상을 찾는 데 급급했습니다. 임대인의 탐욕이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고 했구요. 지금 전세사기도 마찬가집니다.”

성창엽<사진>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올해 협회장 직을 맡아 어떤 한해였는지 묻자 정부에 섭섭함을 표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까지 각종 부동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임대인을 주범으로 몰아간 것에 분노와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성 회장은 민간 임대인의 역할은 공공임대주택 못잖음을 강조하면서 전국 30만 명, 100만 가구에 달하는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과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다. 이투데이는 성 회장을 만나 민간 임대사업자 현황과 어려움을 들었다.

성 회장은 먼저 올해 내내 부동산 시장의 ‘아픈 손가락’인 전세사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전세사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임차보증금 보증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지난 5월 1일부터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기존 공시가격 150%(공시가격150%·전세가율100%)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을 126%(공시가격140%·전세가율90%)로 낮추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구하려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셋값을 맞춰야 하는데 이 기준이 공시가의 126%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전셋값을 낮춰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기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내줄 때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내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 회장은 “아파트의 경우 KB부동산이나 한국부동산원 산정 시세를 준용하면 어느 정도 시장 가격과 비슷하지만, 빌라는 공시가격과 시세의 괴리가 너무 크다. 또 KB시세 등 민간 시세가 나와도 이를 나라에서 공인하지 않는다”며 “통상적인 감정평가 등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아 보증가입 자체가 안 되는 것이 늘었다. 임대인 문제뿐만 아니라 임차인 주거 안정까지 이 보증보험 가입 문제 때문에 모두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에서 보증보험 가입 조건 강화를 밀어붙이니 정상적으로 임대하시던 분들도 전세 만기가 세입자가 돌아오는데 세입자는 아예 안 구해지고, 구하더라도 보증금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 한 채, 두 채 누적될 때마다 자본금을 다 쓰면서 결국 사회가 말하는 전세 사기꾼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렇듯 민간 임대사업자는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성 회장은 박상우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특히, 박 장관이 취임 전부터 공언한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 정책이 공급자인 임대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성 회장은 “비아파트 주택은 빌라와 원룸,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부분인데 이런 유형은 실수요자가 실거주를 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임대를 목적으로 매매가 이뤄진다”며 “그러면 결국 임대를 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기존에 있는 비아파트 임대도 어려워 더는 수요가 늘 수 없고, 공급도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 회장은 이어서 “토지 매입부터 건축비까지 전액 현금으로 짓는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몇 없다”며 “결국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하고 준공 이후 일정 부문은 전세를 놓아 공사비를 충당한 뒤 월세로 돌려 임대 이익을 얻는 일반적인 과정을 거처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론 전세를 놓을 수 없어 결국 비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구조고, 분양하더라도 아무도 받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장관께서 중점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아파트만으로 공급량을 채우긴 한계가 있고 비아파트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임대인에 대한 규제 완화와 혜택 강화를 통해 비아파트 수요 활성화를 추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신생 협회다. 앞서 임대 관련 단체가 몇 차례 생겼지만, 금방 사라지면서 협회라고 부를 만한 곳은 없었다. 성 회장은 대한주택임대인협회를 설립하게 된 계기를 묻자 주저 없이 ‘2020년 부동산 대책’ 얘기를 꺼냈다.

성 회장은 “저도 임대인이다. 2012년부터 주택 임대인이었고 지금도 10년 넘게 임대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직접 다세대 원룸 건물을 지어서 임대업을 하고 있었는데 2020년 등록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신고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정부 정책이 공지됐다. 이전까지 한 번도 공지하지 않다가 갑자기 위반 사항을 확인한다고 했다. 1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특히, 2020년 7·10 대책에 따른 아파트 임대사업자 강제 말소와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 소급 적용 등은 민간 임대업자에 큰 타격을 줬다. 이에 성 회장은 “우리의 이야기를 좀 풀어낼 수 있고, 우리 주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당시 같이 일하던 분들이 공감하면서 2020년 12월 협회가 처음 생겼다”고 말했다.

끝으로, 성 회장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인 임대업자의 책임은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혜택도 함께 부여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성 회장은 “민간 임대인이 적용받는 법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최장 12년 계약 기간 내 임대료 5% 증액 등의 많은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며 “이는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는 의무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임대인에게 의무만 이행하라고 하고, 혜택은 줄여버리면 결국 민간에 공급되는 임대 물량이 줄어든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선한 임대인을 보호할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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