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질서있는 부채감축정책’ 시급하다

입력 2023-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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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국가부채 모두 우려수준

주택공급 늘리고 기업은 채무조정

포퓰리즘지출 줄여 재정 합리화를

한국의 부채 수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빚이 너무 많다. 국제금융연구원(IIF)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말 기준 GDP에 대한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101.7% 기업부채비율은 120.9%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모두 합해 270.9%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일본 415.1% 프랑스 331.4% 중국 318.2% 캐나다 309.4%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는 한국의 ‘국가재정법’에 의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상환의무를 지는 좁은 의미의 채무만을 포함하고 있다. 주로 국채발행잔액이 대부분이다.

반면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가부채(government debt)는 국제통화기금(IMF) ‘재정통계매뉴얼’에서 권고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로 국가채무에 국가보증채무, 공공기관부채 중 국가기능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 공무원 군인연금 장기충당부채와 중앙은행 부채를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의 OECD국가는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비율은 단순히 추정해 137%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부채비율은 359.6%로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 된다. 한국의 부채비율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일본은 기축통화국이고 미국과 무제한 상시통화스왑이 체결되어 있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은 한국의 부채비율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이미 상당수의 부채는 부실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반가계와 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총 2534조 2000억 원) 가운데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은 7.1%(179조 9000억 원)로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취약차주란 다중채무자(3곳 이상 채무)이면서 저소득상태(통상 하위 30%이내)이거나 저신용(7-10등급) 차주다. 위험수위라는 의미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층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파산이 2021년 592건에서 금년 1~8월 중 벌써 103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도 어렵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한계기업은 전체 외감기업 중 3909개에 달하고 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계기업비율은 18%까지 급등하고 있다. 연체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 연체액은 금년 상반기 중 24조원으로 연체율이 4.6%로 지난해 상반기 9조와 2.0%에 비해 껑충 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금융부실로 비금은행권 금융회사 몇 곳이 파산하면서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부채감축은 가계의 소비위축, 기업의 투자위축,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를 통해 경기위축을 가져오게 되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특히 지금 한국처럼 성장률이 1% 초반대로 하락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부채감축은 고용참사를 더욱 악화시키게 되므로 지난한 과제다. 중국은 GDP에 대한 기업부채비율이 160%를 상회하면서 부채감축정책(deleveraging)을 2016년에 도입했다. 인민은행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올리고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등 거시건전성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채감축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7% 수준이었던 성장률이 4~5%대로 급락했다. 설상가상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더욱 급락하자 부채감축정책을 완화했다. 이만큼 부채감축정책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금융부실 증가로 금융제도 전반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더 큰 시스템위기로 비화될 수도 있으므로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질서 있는 부채감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주택공급 감소로 2~3년 후에 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두려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3분기말 5대은행 가계대출잔액 682조 원 중 주택담보대출잔액이 518조원에 달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활성화해서 이런 가수요와 영끌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기업부채는 일시적 유동성부족기업과 상환불능기업을 구분해서 상환불능기업은 채무재조정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재정은 문정부 5년 동안 포퓰리즘으로 급증한 각종 보조금성 지출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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