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디지털 소외' 깰 금융교육

입력 2023-10-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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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던 NH농협은행 지점 한 곳이 없어졌다. 재개발로 건물이 철거에 들어간 영향이다. 이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농협은행 지점을 가야 한다. 동네에 지점 한 곳이 없어진 영향일까. 최근 방문한 농협은행 지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번호표를 뽑아보니 내 앞 대기만 40명가량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무리 기다려도 대기표 화면에 내 순번은 나타나지 않았다. 상담 창구에서 한 명 한 명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다. 쉬는 날이 아니었으면 은행 업무를 보지 못했을 듯싶다. 농협은행에 찾아온 고객 중 어르신이 많아 무인자동화기기(ATM)로 볼 수 있는 업무를 굳이 기다려 창구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을 터다.

그동안 10여 분 거리에 지점 2곳이 있어 고객이 어느 정도 분산됐었으나, 한 곳이 사라지면서 고객이 몰린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갈수록 더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은행들은 점포를 지속해서 줄이고 있다. 은행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들은 그만큼 ‘시간과의 싸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편함은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원인이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오프라인 지점을 속속 없애고 있고, 특화 지점을 내거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서비스 강화로 선회하는 추세다. 그만큼 빠르고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크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피해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모바일뱅킹을 할 수 없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으면 ATM기기조차 다룰 수 없어 은행 업무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은행들이 고령자 특화점포나 시니어 전용 ATM기기 등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한정된 상태다. 지방 농어촌에서 머무는 어르신들의 불편함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급진적인 변화는 늘 문제를 야기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디지털에 친숙할 수 있는 계기 마련도 없이 변화와 혁신만 추구한다면 이들 고객은 버리고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교육이 절실하다. 최근 초·중·고교 시절부터의 조기 금융교육 필수화에 대한 요구도 나오지만, 시니어 계층을 위한 금융교육에 대한 요구도 필수적인 이유다. 디지털을 어렵고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금융교육을 실시해 디지털이 보다 친숙하도록 도와야 ‘완벽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이유로 이들 소외계층을 외면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 시 우대금리 및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시니어를 비롯한 디지털 소외계층에도 동일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상생금융’을 외치고 있는 금융권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금융권뿐 아니라 정부도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미 은행 점포 감소, 디지털 전환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방에서의 점포 감소 가속화로 인해 생활이 갈수록 불편해진다면 결국 도시와 지방의 불균형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렇게 나타날 사회·경제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종합적인 대책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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