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 고령이라서 포기?…80대 환자도 포기할 필요 없어

입력 2023-10-10 11:13 수정 2023-10-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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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연구팀 “고령에도 수술 후 회복, 나이가 수술 절대 기준 아니다”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진 췌장암 진단을 받은 고령 환자라도 수술을 포기해서는 안되고, 체력이 뒷받침하는 한 환자 선택을 존중해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최근 수술도 나이의 한계를 점차 극복해 나가는 추세다.

신상현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0년간, 췌장 두부에 생긴 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한 결과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나이 때문에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호주외과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췌장의 두부에 생기는 암을 치료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고 연결 과정도 복잡해 외과 수술영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에 해당한다. 특히 수술 후 합병증 발생율이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 의료진의 부담도 매우 크다.

해외 연구에서는 수술 받은 환자의 중앙생존기간은 12.6개월이었던 반면, 비수술 환자는 3.5개월로 4배 가량 차이가 보고될 만큼 수술 혜택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이를 이유로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고 의료진 역시 수술을 쉽사리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암 통계에서 췌장암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 8099명 중 80세 이상은 1727명으로 21.3%에 달했다. 하지만 고령 환자의 수술 선택 비율은 소수였다. 연구팀이 분석한 췌장암 수술 환자 666명 중 80대 이상인 환자는 3.6%(24명)에 그쳤다. 국가 통계에서 80대 환자의 비율(21.3%)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3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알려진 것과 비교해도 수술을 결심한 80대가 매우 적다는 의미다.

연구 배경에 대해 연구팀은 “고령에도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나이가 곧 수술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수술을 포기해야 할 만큼 나이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연구 기간 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80세 미만인 환자(642명)과 80세 이상 환자(24명)로 나누고, 전반적인 건강상태(ASA score)와 심뇌혈관, 심폐질환 등 수술 관련 조건을 토대로 두 집단을 균질하게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 예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80대 미만 그룹의 평균 재원 일수는 12.6일로 80대 이상 그룹 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합병증 발병율 또한 나이와 관계 없이 엇비슷했다.

전체 생존율 역시 80대 미만 18개월, 80세 이상 16개월로 대동 소이했고, 무진행 생존도 11개월 대 8개월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연구팀은 “80대 이상 환자 6명의 경우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신상현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의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갖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아직은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환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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