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피아’ 논란 키울 금감원 재취업 통계

입력 2023-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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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금융감독원 퇴직자가 가장 많이 몰린 재취업 직장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금감원 퇴직자 11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김앤장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부터 10년간 금감원 출신을 많이 받아들인 회사로는 김앤장 외에 법무법인 광장(8명), 금융보안원(5명), 법무법인 태평양(4명), 법무법인 율촌(4명), 하나증권(옛 하나금융투자·4명)이 꼽혔다. 퇴직자들이 새로 몸담은 곳이 모두 ‘신도 부러워할 직장’이라고 잘라 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 금감원 직무와 관련이 많아 보이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올해 재취업을 승인받은 퇴직자 22명은 은행·금융지주·보험사·카드사·증권사·저축은행·회계법인에 줄줄이 재취업했다. 모두 금감원의 감독 대상기관들이다. 이를 우연의 소치로 여길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금감원 퇴직자가 재취업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은 3년간 금융회사 재취업 불허를 원칙으로 제시하면서도 퇴직 전 5년간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경우 재취업이 가능하다고 길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법제가 그렇다고 해서 퇴직자들이 줄지어 금감원 직무와 무관치 않은 ‘물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현실을 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취업 직장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감원에서 열린 ‘반부패·청렴 워크숍’에서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이권 카르텔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복무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 원칙에 입각해 엄정하게 감독·검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들과의 사적 접촉이나 금융회사 취업에 있어서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한 치의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권 카르텔 척결’ 기조에 부응한 지침 제시였을 것이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달 자신이 내놓은 지침을 기준 삼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재취업 통계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저축은행 16곳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그룹 소속 5개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4곳의 상임감사가 금감원 출신이어서 ‘금감원을 고리로 한 조직적 비리’라는 비난 여론까지 일었다. 정부는 그 후 전관예우 폐해를 막을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개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윤 의원이 이번에 확보한 금감원 재취업 자료를 보노라면 그저 씁쓸하고 허탈할 따름이다. 뭐가 개선됐는지 알 길이 없지 않은가.

금감원 측은 결코 탐탁해하지 않을 용어가 있다. 금감원과 마피아를 합친 ‘금피아’라는 말이다. 금감원 사람들은 재취업 통계가 이래서야 ‘금피아’ 논란이 어찌 사그라들 수 있을지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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