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카눈까지, 수해대책법 시급한데…‘법안 계류’ 내막 살펴보니

입력 2023-08-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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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수(왼쪽)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수해 예방 및 복구 관련 여야 5+5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양수(왼쪽)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수해 예방 및 복구 관련 여야 5+5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적 수해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전망되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 발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국회는 잠들어있던 수해 대책 법안들을 하나둘 깨우는 상황이다.

여야는 8월 중으로 도시침수법, 기후변화감시예측법, 소하천 정비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하지만 ‘늦장 대응’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해당 법안들이 상임위에서 오랜 기간 공회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자당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기후변화감시예측법’(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8일) 태풍 카눈 대응 상황 점검차 기상청에 들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기후변화감시예측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정안에는 기상청장이 기후·기후변화 감시 등을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기상청장 소속으로 ‘기후변화감시예측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후변화 정보의 생산·제공·공동 활용에 있어 기상청의 역할과 지위를 강화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제정안은 기상청의 요청이 있어 지난해 8월 의원입법(임이자)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해양 기후변화 관측’ 업무를 둘러싼 부처 간 신경전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로 언급된 조항은 제정안 제6·8·9·10·13조 등이다. 해당 조항에는 ‘기후·기후변화 감시’ ‘기후변화 예측 정보 생산’ 등의 표현이 포함됐는데, 해양수산부에선 기후변화 감시·관측에 있어서 ‘해양 극지 분야에 관한 사항’은 자신들이 관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파악된다.

기상청과 해수부는 해양기상관측 장비를 각자 따로 보유하는 등, 해양 기상·기후 부문에서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도 일부 마찰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유희동 기상청장은 2월 제정안을 심사하는 회의 자리서 “해수부가 이 법에 대해서 이렇게 제동을 걸게 된다면 농수산식품부는 어떻나, 산업부, 산림청도 그렇다. (해당 부처들도) 기후변화와 연관돼 있다”면서 “(이 제정안이) 그들이 원하는 그런 (기후변화 감시 및 대응과 관련된) 일들을 못 하게 하는 법이라고 하면 전 부처가 이 법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청장은 “해수부는 지난 정부 때(지난해 2월) 이 법에 대한 정부 의견을 들었을 땐 전혀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도 “그래 놓고 (해수부는 지금 와서) 왜 그러느냐”고 거들었다.

이런 지적이 있은 뒤 해수부는 ‘맞불’ 성격의 제정안을 내놓는 방식을 택했다. 회의 열흘 뒤인 2월 24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의 요청으로 ‘해양기후·해양기후변화 감시·예측 및 대응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해양 기후변화감시예측법)을 발의했다.

‘해양 기후변화감시예측법’에는 해수부 장관이 해양 기후·기후변화 감시 등을 위해 10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장관 소속으로 해양기후변화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임 의원의 기후변화감시예측법과 비슷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실 측은 이날 본지에 “해당 법률안을 당시 해수부에서 가져온 게 맞다”라면서 “임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논의 끝에 임 의원 제정안에 (안 의원안을) 일부 녹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수부에선 “안 의원이 필요성 등을 인정해 의원 명의로 나간 것”이라며 해수부 차원 입법이란 점엔 즉답을 피했다.

법안 조율 과정에서 잡음이 거세지자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처 간의 칸막이, 부처 이기주의가 많이 작용된 조항이 아닌가 싶다”면서 “(임 의원 제정안에) 해수부 내용의 해양을 넣어 가지고서 구분한 내용이 아닌가. 그래서 이견이 제기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진통 끝에 지난달 기상청과 해수부 간의 협의안은 마련된 상황이다. 다만 ‘기상청 소관’에서 ‘공동 소관’ 법률안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추가적 조율은 필요한 상황이다. 그만큼 법안 통과엔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오창석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26일 열린 환경법안심사소위에서 “(해수부의) 상임위인 농해수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조직 신설 및 해양수산부 권한 부여에 대해서 예산 조치 등 행안부·기재부·과기부의 의견을 조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후변화감시예측법이) 제정법인 만큼 공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아 간 이견을 최대한 줄여서 속도감 있게 법안 통과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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