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하는 기업 실적…좀비기업 양산 우려 커진다[어게인 K-상장사③]

입력 2023-08-06 07:26 수정 2023-08-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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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업종별 12MF EPS 변화율(1M) 
 (미래에셋증권)
▲신흥국 업종별 12MF EPS 변화율(1M) (미래에셋증권)

실적은 극명하게 갈렸다.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영업수익을 올린 상장사는 53곳이었다. 반대로 10% 이상 낮게 나온 ‘어닝쇼크’ 기업도 56곳이나 됐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0조1210억 원, 영업이익 1조326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배터리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의 매출(1조1930억 원)은 지난해보다 48.5% 증가하며 2분기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금융지주의 실적도 엇갈렸다.

KB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1조499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1조299억 원)와 비교하면 23.9%(2892억 원) 늘어난 규모다. 하나금융은 2분기 918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8213억 원)보다 11.9% 증가했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4.6% 줄어든 1조23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2.3% 감소한 62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2023년 2분기 기준 순이익은 82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9% 늘었다. 영업이익은 1118억 원으로 50.3% 증가했다.

이차전지 관련기업인 에코프로그룹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잠정 영업이익은 각각 11.5%, 37.6% 증가한 1147억 원, 112억 원을 달성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0.2% 증가한 1703억 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영업이익 4680억 원(-36%)을 기록했다.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상반된 실적을 보였다. 네이버는 분기 최대인 3727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0.9% 늘었다. 반면 카카오의 분위기는 달랐다. 카카오 2분기 매출은 2조42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 줄어든 1135억 원에 그쳤다.

LG화학(6156억 원, -29.9%), SK이노베이션(-1068억 원, 적자전환)과 에쓰오일(364억 원, -97.9%), HD현대오일뱅크(361억 원, -97%) 등 석유화학 기업은 2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현상 탓이다.

HD한국조선해양(712억 원), HD현대중공업(685억 원), 삼성중공업(589억 원) 등 조선업계도 흑자로 돌아섰다.

방산업종은 기업별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로템과 한화시스템의 2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113.9%, 57.9% 증가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은 4.7%,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와 엇비슷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어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의 어려움 속에서 기업 간 실적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잘 버는 기업은 계속 잘 벌고, 못 버는 기업은 계속 못 벌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법인 중 한계기업은 14.4%로 집계됐다. 2018년 9.8%였던 한계기업 비중은 2019년 11.3%, 2020년 12.7%, 2021년 13.5%로 지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기업을 가리킨다. 한국은행의 ‘2022년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연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일시적 한계기업은 지난해 3만129곳 중 35.1%에 달했다.

문제는 지난해보다 올해 경제 여건이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6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 효과도 미비하고,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는 좀처럼 바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망도 어둡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1.5%에서 1.4%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말 이후 다섯 차례 연속 전망치를 낮춰 1.5%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정부도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눈높이를 높여 가고 있는 세계 경제와는 정반대다.

대외 여건에 발목 잡힌 기업들의 체력이 약화하면 경제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적이 악화하면 신용 위험이 커지고,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 투자와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가계소득 감소→민간소비 위축→기업 실적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나빠진 기업 펀더멘털은 글로벌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주식시장마저 ‘좀비시장’으로 전락시킬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지원이 종료되면 잠재된 신용위험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감소,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한계기업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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