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 진단도 디지털 전환 시대…‘개인 맞춤형 정밀의학’ 현실로

입력 2023-07-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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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초기 투자비 걸림돌…“의료보험수가체계 개선ㆍ지원 필요”

▲국내 디지털병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국내 디지털병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의료 환경의 효율적인 개선과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을 실현시킬 것으로 주목받는 디지털병리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로슈진단이 후원하는 ‘국내 디지털병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가 19일 서울 강남 루닛 본사에서 개최했다.

병리는 세포, 조직의 표본을 육안이나 현미경 등을 이용해 검사하는 의료 분야를 뜻한다. 환자의 예후와 치료방침을 정하는 학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병리 건수의 증가. 암 치료법 발전 등으로 업무영역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병리는 슬라이드에 있는 검체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저장하고, 그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유지비 등의 이유로 대형 병원 몇 곳에만 도입됐다.

이경분 대한병리학회 정보이사(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디지털병리가 빠른 시간 안에 진단을 가능하게 하고, 생애 주기 전반에 암 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암은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100세 시대인데 암 검진은 40대부터 시작이다”라며 “지금도 문제가 되는 지연재발, 전이 등을 많은 종양학자가 풀고 싶어 하는 과제다. 환자 입장에서 평생 겪을 주요 포인트 질환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의학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환자에겐 평생 가져가야 할 타임캡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병리를 통한 자료공유가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희귀진단의 경우 병리과 의사들끼리 자문을 얻기도 하는데, 유리 슬라이드를 퀵으로 보내지 않아도 돼서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더불어 나라에서 생각하지 못한 간접의료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찬권 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대표(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는 병리의사의 부족, 늘어나는 병리진단 건수 등을 고려해 디지털병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병리과 의사는 1000여 명으로 인구 100만 명당 19명 수준이다. 하지만 병리검사 건수는 1년에 2000만 건 이상이다. 진료서비스 향상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디지털병리가 도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리 슬라이드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것은 디지털병리가 아니다. 정 대표는 “스캐너만 사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캔된 파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AI 기술 도입, 관리 기술 등이 동반돼야 한다. 물리적으로 데이터 제작, 공유를 위한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도 활성화돼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자금과 유지비로 전환이 더딘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의료보험수가체계 개선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팽경현 루닛 이사는 인공지능(AI)를 적용한 디지털병리가 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예후 예측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만, 수백만 이상이 세포들이 하나의 조직에 들어가 있어 사람의 눈으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대한 병리조직 데이터를 AI로 잘 활용한다면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환자 치료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병리가 이미 도입됐다.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병리과 의사 2명 이상이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물리적 거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명의 병리과 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AI를 이용해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 미국과 영국 등에도 각 나라에 맞는 디지털병리제도가 도입된 상황이다.

한국로슈진단은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독모델’ 형태의 디지털병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형주 한국로슈진단 전무는 “디지털병리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 초기 투자 비용”이라며 “모든 환자의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할 것인지, 형태 계측을 위한 슬라이드만 디지털화할 것인지 등에 따라 초기비용에 차이가 난다. 한국로슈진단은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네스터(Research Nester)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병리 시장은 지난해 10억3000만 달러(약 1조3034억 원) 규모에서 연평균 11% 증가해 2033년에 24억5000만 달러(약 3조372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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