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벨평화상 후보였던 벨라루스인은 왜 죽음 앞에 서게 됐나

입력 2023-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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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위독설과 러시아와의 연관성에 대해 보도하고 며칠 후, 한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로부터 늦은 답신이 왔다. 그는 일전에 요청했던 타치아나 코미치 프리벨라루스프리즈너스 창립자 인터뷰가 어렵게 됐다고 사과했다. 이유는 그의 여동생 때문이었다.

“마리아의 건강이 크게 악화해 생명이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귀하의 신문에 게재될 수 있다면 매우 고맙겠습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마리아 칼레스니카바다. 2021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벨라루스를 대표하는 반체제 인사다. 한때 야당 최고지도자로서 지금의 친러 정권에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불법적으로 정권을 뒤집으려 했단 이유로 2021년 9월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후 그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을 거치는 등 생사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때마다 변호사 접견은 번번이 거부됐으며 진단명마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 휴먼라이츠워치는 가족 면회가 막힌 지도 4개월째라고 발표했다.

벨라루스에서 이런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해 루카셴코 대통령 저격수로 대선에 나섰던 빅토르 바바리코도 때아닌 뇌물수수로 14년형을 받았다. 바바리코 역시 수감 후 건강이 악화했고 현재는 행방조차 묘연하다. 지난달 본지 인터뷰 당시 전직 문화부 장관이자 반체제 정보통인 파벨 라투시코는 “바바리코에겐 견딜 수 없는 고문과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며 “그의 소재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수석 대변인도 “해당 사안을 매우 자세히 추적 중”이라고 전해왔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그의 아내는 수감 중인 남편과 한 달째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면서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벨라루스는 중요한 이용 대상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혹은 넘지 못해 다른 국가를 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참전을 망설이고 있다던 벨라루스 대통령의 위독설과 곧이어 들려온 벨라루스 내 러시아 전술핵 이전이 서로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유다. 반체제 인사들의 견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상황이다.

한때 소국의 정치분열 정도로 치부됐던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탄압은 이제라도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 됐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유럽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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